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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세상에 정답은 없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 틀리다는 말도 없다. 다른 게 있을 뿐이다.” “아는 것과 깨닫는 것은 다르다.”

‘우리 시대의 어른’ 채현국 선생의 말씀이다. 많은 가르침을 남기고 지난 4월2일 세상을 떠나셨다. 향년 86세.

어른 한 분이 또 가셨다. 그렇지 않아도 허깨비들의 잡소리만 어지러운 벌판인데 어른들은 한 분 한 분 떠나가신다. 쓸쓸하고 무섭다. 고인은 ‘건달 할배’라는 애칭으로 스스로를 낮추고 ‘쓴맛이 사는 맛’이라는 믿음으로 살아온 ‘진정한 자유인’이었다.

선생은 바른 말, 쓴 소리로 병든 세상을 거침없이 비판하여 많은 존경을 받았는데 하신 말씀을 모은 ‘어록’이 책으로 나올 정도였다. 하나같이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서슬 퍼런 가르침들이다. 선생의 말씀이 짙은 공감대를 이루는 것은 그 분의 파란만장한 삶이 진솔하고 정직했기 때문일 것이다.



탄광을 운영하며 한때 개인소득세 납부액이 전국 10위권에 들 정도로 큰 부자가 되었지만 권력의 앞잡이가 될 수는 없다며 과감하게 사업을 정리, 재산을 모두 동업자와 광부들에게 분배하고 자유인으로 돌아간 일화는 유명하다.

선생께서 남긴 많은 말씀 중에서도 내가 개인적으로 크게 공감하고, 스스로를 아프고 부끄럽게 되돌아보는 것은 지식의 헛됨을 지적한 말씀들이다. 새겨 읽을수록 부끄럽다. 우리는 그저 통념에 따라 편하게 살려할 뿐 생각하며 살지 않는다는 날카로운 지적, 지극히 당연하게 여기는 것을 다른 각도에서 보는 자세… 등등.

가령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는 ‘없다’라는 말이나 ‘모른다’는 말은 바르지 않다고 선생은 지적한다. ‘없다’가 아니고 ‘있지 않다’가 맞고, ‘모른다’가 아니라 ‘알지 못 한다’가 옳다는 말씀이다. 얼핏 들으면 말장난 같지만 깊게 생각해보면 근본적이고 의미심장한 지적이다.

지식의 헛됨, 고정관념에 대한 비판도 새겨들어야 한다.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파란만장한 인생 공부를 통해 터득한 어른의 지혜다.

“지식을 가지면 ‘잘못된 옳은 소리’를 하기가 쉽다. 사람들은 ‘잘못 알고 있는 것’만 고정관념이라고 생각하는데 ‘확실하게 아는 것’도 고정관념이다. 세상에 ‘정답’이란 건 없다. 한 가지 문제에는 무수한 ‘해답’이 있을 뿐, 평생 그 해답을 찾기도 힘든데, 나만 옳고 나머지는 다 틀린 ‘정답’이라니, 이건 군사독재가 만든 악습이다.

배움에 대한 말씀은 또 어떤가? 오랜 세월 학교법인 효암학원의 이사장으로, 월급은 받지 않고 일하면서 얻은 삶의 지혜들이다. “삶이란 끊임없이 묻고, 배우고, 깨우치는 과정이다. (…) 삶이란 삶을 사랑할 줄 알게 되는 과정이다. 다만 그저 아는 게 아니다. 수많은 갈등과 반복, 그 과정에서 피 터지게 싸운 결과, 우리는 삶을 사랑하게 된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내가 썩는다. 공부를 하면 썩어도 덜 썩는다.” “불의에 대해 입을 다물면 공범이 된다.”

채현국 선생은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운동을 하다 수배당한 이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활동 자금을 후원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남이 아플 때 내가 그들을 못 꺼내주면 여기 아픈 사람 있다고 소리는 질러줘야 하지 않습니까… 같이 맞아 죽지는 못하더라도 호루라기는 불어야지.”

나는 어떻게 살았는가?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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