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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이쁘지 않은 꽃은 없다

꽃이 피는 봄날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자고 나면 한웅쿰씩 자라나는 꽃들은 무슨 마술이라도 부리는 듯 하루가 다르게 짙은 색들을 뽐내고 있다. 지난밤 얼마나 컸는지 보고 싶은 마음에 이른 새벽 눈이 저절로 떠진다. 창가 새소리를 들으며 동트기를 기다려 뒤란으로 발길을 옮긴다.

봄날의 새벽은 청아하고 향기롭다. 어디에서 불어오는지 짙은 꽃향기가 풍긴다. 우리집 정원에 제일 먼저 피는 꽃은 키가 난장이인 꽃반지다. 옅은 보라, 푸른 기가 도는 보라색 꽃들이 무리지어 피어난다. 때론 따뜻한 겨울에도 한 두개씩 꽃을 피우기도 한다. 번식이 빨라 한 부삽 옮겨 심었는데 이제 넓게 퍼져서 군락을 이루고 있다. 싱그런 봄 내음과 함께 찿아온 향기 가득 담은 하얀 히야신스, 강남갔던 제비가 올 무렵 핀다는 보라색 제비꽃, 바람 부는 언덕에 피어나는 12개의 바람개비 같은 꽃잎을 가진 윈드 플라워, ‘당신을 따르겠어요’라는 꽃말을 가진 하트모양 붉은꽃을 가지런히 맺은 금낭화, 노란 수선화 그리고 나뭇가지 끝에 소복하게 쌓인 개나리, 벚꽃, 사과꽃, 벌써 지고 만 거룩한 목련.

꽃의 여신 플로라의 질투가 한송이 한송이 이토록 가슴 뛰도록 환하고도 절절한 꽃을 피웠나. 봄꽃은 마음을 열고 다가 가야 그 얼굴을 감추지 않는다. 지나치면 굳이 그 얼굴을 들지 않고 그 꽃이 거기 있었나 싶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니 그곳에 있는데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봄꽃은 찾아 가야 한다. 자세히 보아야 한다. 가만히 그 옆에서 바람에 밀려오는 향기도 맡으며, 지난 겨울 혹독했던, 하마터면 정신줄을 놓칠뻔한 겨울이야기에도 귀 기울여 들어 주면서 어깨를 내주어야 한다. 꽃이 피는 봄날은 가슴을 가득 채우는 기대와 행복으로 부자가 된다. 손에 쥔 그 무엇이 없어도, 주머니가 가득해 부자가 아니라 마음을 채워 주는 봄날에 피어나는 꽃 때문에 부자가 된다.

내겐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누나들과 함께 가꾼 정원이 있었다. 지금도 유년의 기억에 잊혀지지 않는 꽃들이 있다. 난 낮은 곳이 좋아 채송화, 누이들 손톱에 주황색 물을 들여준 봉숭아, 탐스런 팝콘처럼 하얗고 달콤한 아카시아 꽃, 빨갛고 긴 꽃술을 빨면 달콤한 맛 깨꽃, 밤까지 환하게 비치는 달맞이꽃, 안보는 사이에만 살며시 피어나는 나팔꽃. 꽃 하나에 하나의 추억이 담겨 펼쳐볼 때마다 다가오는 정겨운 그리움. 내 안에 피어나지 못한 꽃들은 나 때문이다. 온 힘을 다해 피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안하다 꽃들아. (시인, 화가)

이쁘지 않은 꽃은 없다

이쁘지 않은 꽃은 없다
아무렇게 자라는 꽃도 없다
온 힘을 다해 피고 또 진다
꽃피움을 보고 나를 보면
부끄러워 괜히 하늘만 본다

사랑스럽지 않은 꽃은 없다
모든 꽃은 눈이 부시다
다소곳이 피어 활짝 웃는다
너의 얼굴을 보고 나를 보면
까칠해진 내 모습 멋쩍어
뒤통수만 긁는다

내 안에 피어나지 못한 꽃
용서하지 못해 피다 진 싹
틀림과 차이를 구별 못해
기경되지 못한 마음의 뜰
용서를 구하는 용기를 주소서
온 힘을 다해 꽃 피우게 하소서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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