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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북한을 흔드는 세 개의 도미노

지난 7~8일 북한 노동당 제6차 세포비서대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설에 전문가들은 매우 놀랐다. 집권 후 첫 공식 연설에서 “다시는 1990년대의 고난의 행군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그가 이번엔 “고난의 행군을 결심했다”고 밝혀서다. 그는 현 상황을 ‘극난한 형편’이라고 표현하면서 ‘이념적 결속’의 강화를 촉구했다. 연설 내용과 어조로 미루어볼 때 북한 수뇌부는 식량부족 등의 경제 문제와 코로나19, 북한의 이념적 결속 이완을 우려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들 세 가지 문제와 관련해 두 가지 질문을 하게 된다. 첫째 북한의 상황은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 둘째 북한의 상황은 얼마나 심하게, 또 얼마나 빨리 악화될 것인가.

지난 14일 러시아 대사의 타스 통신 인터뷰에 따르면, 현재 북한은 1990년대 말 상황만큼 어렵지는 않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가 있다. 러시아 대사관에 따르면 북한에서 의약품을 거의 구할 수 없고 비료공장단지는 운영 중단 상태인 듯하다. 공식·비공식 무역은 크게 줄었고 해외 북한 노동자들의 송금액도 급격히 감소했다. 북한에 비료가 없다면 올해 수확량은 심각하게 저조할 것이고, 이는 기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산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러시아 대사의 발언에 따르면 인도까지 살균한다. 현재로선 북한의 철두철미한 고립 전략이 코로나 확산을 방지한 듯하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유입될 경우 특히나 변이바이러스라면 북한의 빈약한 의료체계론 거의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확산할 수 있다. 북한의 백신 확보도 순조롭지 않다.



세포비서대회에서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북한 당국이 이념적 결속 이완을 우려한다는 점이다. 처음이다. 어떤 정부라도 당원들의 충성심 약화는 염려할만한 문제지만, 북한은 이념으로 똘똘 뭉쳐 있는 만큼 이념 체계에 금이 가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북한 외부에서는 그 정도를 가늠할 수 없지만, 김 위원장이 직접 이 문제를 언급했다는 사실이 상황의 심각성을 암시한다.

북한의 경제, 코로나19 상황, 이념적 결속 문제는 상호 의존적이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 확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경제적 안정과 충성스럽고 정직한 간부들이 필요하다. 경제가 붕괴하면 1990년대처럼 식량을 구하려는 인민들의 이동을 통제하지 못하게 되고 백신 프로그램을 관리할 수도 없게 되며 이념적 결속이 약해진 간부들은 자기 가족을 위해 백신을 훔치거나 팔 수도 있다. 부패는 이미 북한에서 큰 문제이고 이념적 결속 붕괴는 상황만 악화시킬 것이다.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순식간에 북한 정권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한 가지 문제가 터지면 다른 두 문제도 도미노처럼 불거질 수 있다. 밖에서 보기엔 멀쩡하나 안으론 위태로운 북한의 현 상황이 갑자기, 어쩌면 단 몇 주 안에 악화할 가능성을 인지해야 한다. 물론 북한이 과거에 그랬듯이 위기를 견뎌낼 수도 있겠지만, 재앙 앞에 비틀거릴 수도 있다. 재앙은 예고 없이 닥치기 마련이다.

북한이 위기에 처하면 중국이 언제든 도와줄 것이란 믿는 이들이 있지만 회의적이다. 류샤오밍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임명된 지금은 더더욱 그렇다. 류 대표는 북한 문제를 오로지 중국의 이익이란 프리즘으로만 보는 냉혹한 강경파다. 그는 북한에 우호적이지 않다. 중국은 북한이 중국에 합당한 태도를 취할 때만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북한에 고지했다. 더 이상 순망치한(脣亡齒寒)이 아닌 거래 외교(transactional diplomacy) 관계다.

필자는 전에도 북한의 갑작스러운 변화 위험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해왔다. 위험은 점점 커지고 있다. 김 위원장이 현 상황을 솔직하게 인정한 만큼 우리 모두 북한의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


존 에버라드 /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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