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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 가고 싶냐고요? 우린 한국사람 이니까요"

[토요 스페셜] 한인 혼혈인의 특별한 '한국 사랑'
14년전 혼혈인협 창립
최근 한인타운서 모임
십시일반 모국방문 준비
"홈스테이 해보고 싶어"

지난 17일 LA한인타운에 모인 한미혼혈인협회 회원들이 활짝 웃고 있다. [협회 제공]

지난 17일 LA한인타운에 모인 한미혼혈인협회 회원들이 활짝 웃고 있다. [협회 제공]

“모국방문을 왜 하냐고요? 우린 한국사람, 한인이니까요. 뿌리를 아는 일은 내가 어디서 왔고 누구인지 정체성을 심어줘요. 한국말을 못 해도 우리 후손에게 뿌리를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작년 세상을 떠난 혼혈 입양인 박석실 오빠는 백혈병 투병 중 한국을 다시 가고 싶다고 했어요. 그 분의 유골을 내년 한국 방문 때 가져가 (조국에) 뿌려주고 싶습니다.”

지난 17일 LA한인타운 JJ그랜드호텔에는 반가운 얼굴들이 어렵게 모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첫 대면행사를 연 이들은 한미혼혈인협회(HAPA NATION1) 회원들. 저마다 피부색은 조금 달랐지만 외모와 눈빛은 영락없는 한인이다.

전국 각지 한인 혼혈인과 배우자 40여 명이 LA한인타운에 모인 이유는 뭘까. 이들은 협회 창립 14년 만에 세 번째로 ‘2022년 한미혼혈인협회 모국방문’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한인 혼혈인들은 모국방문을 위한 조촐한 기금모금 행사를 열었다.

한미혼혈인협회는 자발적 모임이다. 한국과 미국에서 사는 한인 혼혈인이 ‘외로움을 달램고 정을 나눔’을 위해 뭉쳤다.



한인 혼혈인들은 아버지가 미국인, 어머니는 한국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회원은 약 80명. 한국에서 혼혈이란 이유로 버림받아 미국 가정에 입양된 사람, 어릴 때 부모를 따라 이민 온 1.5세대, 미국에서 태어난 2세대 한인 혼혈인들이다.

한미혼혈인협회는 원로 회원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지금은 어릴 적 부모와 이민 온 티아 레고스키(59) 대표가 LA로 이주해 협회를 이끌고 있다.

한국어가 유창한 레고스키씨는 “20~70대인 우리 회원 중 혼혈 입양인은 (성인이 된 뒤) 한국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분들이 많아요. 그분들은 ‘한국이 우리를 버렸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한국 어딘가에 계신 어머니를 그리워해요. 향수죠. 근데 한국을 가보고 싶어도 (아는 것이 없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협회의 모국방문 프로젝트가 특별한 이유다.

레고스키씨와 회원들이 모국 방문을 중시하는 이유는 또 있다. 미국에서 태어난 혼혈 2세들이 보이는 ‘모국사랑’이다. “이곳에서 태어난 혼혈 2세가 자기 딴에는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 친구는 모국방문 기간 ‘실전 한국어’를 체험한 뒤 더 애착을 보입니다. 한인 세대가 거듭할수록 후세대 중 혼혈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우리 후세대를 위해서도 모국방문 기회는 소중해요.”

한미혼혈인협회 모국방문은 회원들의 최고 인기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두 차례 모국방문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이들은 배우자, 자녀를 데리고 두 번, 세 번 또 한국을 찾았다고 한다. 레고스키씨는 경제적 측면으로 따져도 적은 투자로 더 큰 효과를 얻는다고 자신했다. 한인 혼혈인 가족에게 한국과 뿌리를 각인시켜 주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인 것.

2022년 한인혼혈인 모국방문은 4월 또는 10월로 예정됐다. 이미 신청자만 20명이 넘었다.

레고스키씨는 “뇌졸중으로 투병 중인 60대 후반 혼혈인은 입양된 뒤 한국을 한 번도 못 가봤다. 그분은 휠체어를 타고서라도 내년에 꼭 가보고 싶다고 소망한다”고 전했다.

한인 혼혈인이 모국을 사랑하는 마음과 달리 정보와 인맥은 늘 부족하다. 그나마 한국에 사는 혼혈인들이 미주 회원의 모국방문 때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미주회원들도 기금모금 바자회·김치장사·가라지세일 등 십시일반 힘을 모아 모국방문 비용을 모으고 있다. 협회는 기금모금을 통해 회원들의 모국방문 경비(1인당 약 3000달러)를 지원한다.

최근 은퇴한 레고스키씨는 한인 혼혈인 남편과 내년 모국방문 프로그램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내년 행사는 9박 10일 일정이다. 레고스키씨는 “여유가 된다면 내년에는 제주도 방문도 프로그램에 꼭 넣고 싶다”고 소망했다. 문제는 비용과 인력. 그는 “모국방문 신청자가 많을수록 좋지만 비용은 부담”이라며 “그래도 협회가 한국 왕복 항공료라도 꼭 지원하고 싶다”고 웃었다.

혹시 한국 정부나 단체에 바라는 점은 없을까. 레고스키씨는 “회원들이 한국에 가면 1박 2일이라도 가정집 홈스테이 체험을 해보고 싶어 한다. 한인 혼혈인에게 잊지 못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인 혼혈인 모국방문 때마다 경복궁을 가요. 다같이 한복을 빌려서 입는데 체형이 잘 맞지 않더라고요. 한복을 한 벌씩 맞춰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쉽지는 않네요…한인사회가 한인 혼혈 입양인과 1.5~2세 혼혈인을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주시면 좋겠어요.”

▶한미혼혈인협회: (213)399-1173, yonahcares@gmail.com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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