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삶의 뜨락에서] 명절들

일년은 365일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 복잡한 세상에 살다 보니 기념해야 할 일도 많고 축하해야 할 일도 많이 있습니다. 달력을 보면 특별한 날이 아닌 날이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기념일은 한국이 다르고 미국이 다르고 나라마다 다릅니다. 아마 국제적으로 통일이 된 날이라면 정원 초하루와 크리스마스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미국에서는 국경일이 신년·현충일·독립기념일·노동절·추수감사절·크리스마스로 정해져 있지만, 달력을 보면 다른 기념일들이 까맣게 적혀 있습니다. 대통령 기념일·마틴 루터 데이·성패트릭데이·상이 군인의 날·콜럼버스의 날 등 셀 수 없이 많이 있습니다.

Korean American에게는 한국 명절, 미국 명절까지 모두 기념하다가 보니 명절이 아닌 날이 없는 것 같습니다. 며칠 전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야 오늘이 초복이란다. 너 삼계탕 먹었니? 보신탕이야 못 먹어도 삼계탕 정도는 먹어야지” 하는 친구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참 기억해야 할 날이 많기도 많다고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소한·대한·우수·경칩·망종·소한·대한·춘분·추분·하지·동지 같은 계절을 비롯하여 설날·추석 같은 민족의 명절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TV를 틀면 이상한 날도 있습니다. 도넛 데이·베이글 데이·핫도그 데이·오믈렛 데이·토마토 데이 등등… 도넛 데이에는 도넛을 먹어야 하는데 도넛 가게에서 특별 세일을 하고 오믈렛 데이에는 오믈렛 식당에서 특별 세일을 한다고 광고를 합니다. 그래서 메뉴에 궁했던 아내는 잘되었다 하고 점심은 오믈렛을 먹자고 합니다.

오래전 오하이오에 있을 때 무료 진료소를 운영한 일이 있습니다. 무료 진료소 10주년 되는 날 워런 시장이 감사패를 들고 와서 무료 진료소를 해주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는 오늘을 Dr. Yong Hae Lee Day로 선포한다고 하고 신문에 대서특필이 된 일도 있습니다. 그러니 기념일이 넘쳐 흐르겠지요.

오래전 이어령 선생님의 글에는 밸런타인데이가 없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측은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한국의 젊은이들치고 밸런타인데이를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대학에서 근무할 때 밸런타인데이에 손녀딸 같은 학생에게서 초콜릿을 받고 기뻐했던 일이 있습니다. 이날은 물론 사랑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주고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지만 연인이 아닌 사람에게서도 선물을 받곤 했습니다. 물론 11월 11일 빼빼로데이도 있습니다. 이날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빨대 같이 생긴 초콜릿을 바른 과자를 선물하면서 사랑을 고백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기념해야 할 날이 많다 보니 이제는 웬만한 기념일은 기념일처럼 생각이 되지도 않습니다. 미국에 살다 보면 설날도 추석도 잊어버리고 설날 떡국도 못 얻어먹고 지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오늘 아침을 먹는데 TV에서 아이스크림 데이라고 하여 모두 웃었습니다. 아마도 아이스크림 장사가 잘 안되었던지 특별세일을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딸은 웃으면서 “그럼 핑계 낌에 이따가 아이스크림이나 먹으러 갑시다”라고 하여 다시 한번 웃었습니다.

우리에게는 모든 날이 특별한 날입니다. 60kg이 넘는 육체가 주먹만 한 심장의 힘으로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 운동을 하고 심장은 연필심만 한 혈관에 의존하여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느 날이 특별한 날이 아닌 날이 없습니다. 밸런타인데이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나를 위하여 나보다 먼저 일어나 아침상을 차리는 아내에게 매일 초콜릿을 선물하지는 못하지만, 초콜릿 같은 미소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하루를 시작하여 매일 밸런타인데이 같은 날로 사랑을 표시하면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이용해 / 수필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