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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눈물의 시대

조용필이 부른 ‘비련’이라는 노래를 아시리라 믿는다. “기도하는/ 사랑의 눈길로/ 떨리는 그대를 안고/ 포옹하는/ 가슴과 가슴이/ 전하는 사랑의 손길….” 이 노래와 관련된 이야기 하나를 MBC아침마당 황창연 신부님의 특강을 통해 알게 되었다.

1982년 이 노래의 음반이 발표되었다. 당시 지적장애로 지방 병원에 입원 중이던 14살 여자 아이가 노래를 들으면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8년을 치료했지만 웃지도 울지도 않던 아이였다. 노래 한 곡에 치료가 되다니. 원장은 깜짝 놀랐다. 조용필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한 다음, 아이를 위해 조용필씨가 내려와 노래 한 곡 들려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한 번 출연에 몇 천 만원 받는 공연이 줄줄이 잡혀있다며 그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마침 옆에 있던 조용필이 통화내용을 들었다. 매니저에게 위약금을 주더라도 그날 공연을 취소하도록 지시했다.

그날 저녁 조용필은 어린 환자만을 위해 병원에서 노래를 불렀다. “용서하오/ 밀리는 파도를…”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던 아이는 노래가 시작되자 눈물을 글썽이더니 결국 기쁨의 눈물을 쏟아냈다. 환자의 부모가 사례를 하겠다고 했다. 조용필은 “이 아이가 흘린 눈물 하나로 나는 지금까지 받은, 앞으로 받을 모든 보상을 뛰어넘은 충분한 대가를 받았다”며 사양했다.



감동적인 이야기다. 가수 조용필에게 박수를 보낸다. 동시에 음악의 위대함과 인간 정신에 미치는 예술의 역할에 다시 주목하게 된다.

손발이 부러지거나 몸이 아플 때는 의사를 찾아간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마음을 치료하는 것은 예술의 영역이다. 정신과 의사도 미술이나 음악, 문학을 치료 수단으로 이용한다.

인간은 눈물을 통해 마음에 쌓인 앙금을 씻어낸다. 감동하면 눈물을 흘리게 된다. 감동을 만들어 내는 것이 예술의 기능이고 목적이다. 음악 한 곡을 들으면서 느끼는 가슴 떨림, 책 한 구절을 읽으면서 울고 웃던 모습을 떠올리면 틀린 말이 아니다.

그래서 로댕은 “모든 예술은 감동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는지 모른다. 예술은 예술을 하는 자신을 치료하는 것은 물론, 청자나 독자를 위안하고 위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21세기를 눈물의 시대라고 한다. 피의 시대 땀의 시대는 지나고 눈물의 시대가 왔다고 어느 인문학자는 설파했다.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감성과 감동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도대체 감동할 일이 없는 것이다. 감동을 주는 일이 전적으로 예술가의 몫이어야 하는가. 그들만이 사람의 심장에 감동의 물결을 일으키는가. 아니다. 쓰린 가슴을 어루만져 주는 사람, 아픈 상처를 쓰다듬어 위로해주는 자는 누구라도 훌륭한 작가요 가수요 화가다.

모두가 조용필 같은 가수가 될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당신의 말 한마디, 당신이 보낸 편지 한 구절이 상대방의 가슴에 닿아 위안을 주었다면, 눈물을 흘리게 했다면, 당신은 이미 훌륭한 예술가다. 천사다.


정찬열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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