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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증오범죄 예방 ‘말보다 행동으로’

지난 주말, 날이 좋아 두 딸아이와 함께 아시안 주민들도 자주 찾는 공원을 방문했다. 테이블 의자가 부족해 옆 테이블을 보니 백인 남성 3명이 5개 의자를 놓고 느긋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양해를 구한 뒤 의자를 가져와야겠다’고 생각한 찰나, ‘혹시’하는 생각에 그냥 둘째 아이를 무릎에 앉힌 채 투고해 온 음식을 먹었다.

‘혹시’하는 마음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불안감’ 혹은 ‘두려움’ 아니었을까. 아시안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의 여파가 생활 속으로 깊숙이 들어온 것이다.

아이들과 외출했을 때 내가 만약 언어적 혹은 신체적 폭력을 당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경찰에 연락할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까. 셀폰을 집어 들고 녹화부터 해야 할까. 시비라도 붙었다가 총을 꺼내 들면 어쩌나…. 예상되는 다양한 상황을 상상해 봤지만 확실한 ‘행동 매뉴얼’은 떠오르지 않았다.

‘너무 과민반응 아니냐’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기자만의 우려는 아닌 것 같다. AP통신은 20일 아시안 학부모들이 코로나19 감염과 폭력 우려로 인해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혹시나 모를 폭력에 노출될지 몰라 온라인 수업을 연장한다는 것이다. LA에선 증오범죄 우려 때문에 “산책은 생각도 못 하고 어쩔 수 없이 나갈 때는 ‘호루라기’나 ‘페퍼 스프레이’를 준비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식료품 가게에 가더라도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 다녀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지난달 16일 한인 여성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애틀랜타 스파 총격사건 이후 ‘아시안 증오범죄’와 관련한 의미 있는 행보들이 이어지고 있다. 연방의회도 ‘아시안 증오범죄 방지법’을 논의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순종적이고 모범적인’ 아시아계를 향한 미국 사회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애틀랜타 한인사회도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아시안 증오범죄 예방과 아시안 권익 신장을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 중이다. 또 일부 한인들은 개별적으로 메신저 카카오톡 방에서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목소리가 높아지고 소통이 많아졌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일련의 과정에서 관련 이슈를 선점하고 주도하려는 일부 인사들의 모습은 아쉬운 대목이다. 커뮤니티 차원의 대의 앞에 ‘나 아니면 안 된다’ 식의 행태는 대다수 한인에게는 소모적인 논쟁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우선 지속적인 세미나, 모임, 소통의 장을 만들어 목소리를 높이고, 이슈를 공론화해 주류 정치권과 시민사회로 확산해나가야 한다. 정책적인 변화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시아계 역사를 교과서에 담는 일도 그중 하나다.

최근 케네소대학 안소현 교수(초등교육)는 본지 인터뷰에서 “증오범죄 예방은 교육에서부터 시작된다”며 “초등학교에서 아시아계 역사를 전혀 다루지 않기 때문에 아시안은 여전히 이방인이라는 인식이 고착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내용을 교과서에 담으려면 교육계에서도 우리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선출직 정책 입안자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침 일리노이 주 의회가 최근 초등학교 교과서에 아시아계 이민 역사를 수록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이런 정치 참여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 준 대목이다.

타인종 커뮤니티와의 연대도 중요하다. 일련의 아시안 혐오범죄 사례들을 보면 백인들은 물론, 흑인, 히스패닉 등 우리와 같은 소수계 인종들이 아시안들을 공격했다. 타인종 커뮤니티와의 연대는 알게 모르게 감춰졌던 이런 ‘반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 전에 타인종을 바라보는 한인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흑인 커뮤니티나 일용직 노동자들이 많은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을 우리의 이웃이자 친구로 바라보는 마음가짐이 그것이다.

“두려워하지 말자, 여기가 우리의 집이다.” 조지아 유일의 한인 정치인 샘 박 주 하원의원은 지난달 열린 아시안 증오범죄 반대 시위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 집, 우리 동네,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터전은 안전해야 한다. 그래야 집이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목소리를 내야만 한다.” 그의 발언이 계속 귓가에 맴돈다


권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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