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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총격 사망 한 달 … 아시안을 깨웠다

‘증오범죄’ 여부 아직도 감감
“아시아계 역사 교육” 움직임
연방 상원 증오범죄법 표결

지난 12일 오후 애틀랜타시 피드몬트로드에 있는 아로마테라피스파 앞에 말라 비틀어진 꽃 바구니가 쓰러져 있다. 배은나 기자

지난 12일 오후 애틀랜타시 피드몬트로드에 있는 아로마테라피스파 앞에 말라 비틀어진 꽃 바구니가 쓰러져 있다. 배은나 기자

애틀랜타시 피드몬트 로드에 있는 마사지 업소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한 지 약 한 달이 지났다. 지난 12일 방문한 총격 사건 현장에는 말라 비틀어진 꽃과 쓰레기만 바닥을 뒹굴 뿐, 건물과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한국인의 성격이 빨리 끓어올랐다가 빨리 식어 버리는 ‘냄비’에 곧잘 비유되어서일까. 사건이 어느새 사람들에게 잊힌 건 아닌가 싶어 초조한 마음도 앞섰다. 그러나 얼마 안 돼 ‘도움을 주고 싶다’며 현장을 방문하는 시민들의 모습에 안도했다. 이제 우리는 비극의 슬픔에서 벗어나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더는 증오범죄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현재 놓인 상황과 위치에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사건 발생 후 지난 한 달을 돌아보고, ‘아시안 증오범죄 반대’라는 가치를 내건 한인사회와 미국의 모습을 짚어봤다.

▶범행 동기 여전히 ‘오리무중’ = 애틀랜타 스파 총격 사건의 범행 동기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수사 당국이 현재까지 발표한 수사 내용에 따르면 용의자는 8건의 악의적인 살인 혐의와 가중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증오범죄’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증오범죄와 관련해 희생자들이 인종·성별·종교·국적·성적지향 등과 같은 특정 요인으로 표적이 됐는지, 용의자가 헌법이나 연방 법으로 보장되는 행위를 위반했는지 규명해야 한다. 조지아주의 증오범죄법은 형량을 높여 가중처벌하는 법이다. 반면 연방 검찰은 다른 범죄 기소 여부와 상관없이 증오범죄 혐의로 단독 기소할 수 있다.

수사 결과가 발표되기까지는 장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박사라 한미연합회(KAC) 애틀랜타지회장은 지난 12일 애틀랜타 아시안 대상 범죄 범한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회의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하면 수사가 마무리되고 기부금 등이 전달되는 데까지 1년여가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희생자들의 장례식은 마무리됐고, 유족들은 변호사를 선임해 권리를 보호받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일부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급박했던 당시 상황이 알려지기도 했다.

▶“아시안 목소리 커졌다”= 이 사건의 여파로 아시아계를 차별하지 말라는 해시태그(#StopAsianHate)가 온라인에서 퍼졌다. 체로키 카운티 셰리프국의 제이 베이커 대변인은 사건 다음 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범행 동기를 묻자 인종에 따른 증오범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하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이 같은 경찰의 발표에 시민들은 분노했고,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높였다. 셰리프국은 해당 발표에 대해 사과했고, 베이커 대변인도 수사에서 제외됐다.

분노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증오범죄 중단 촉구 시위가 전국적으로 일어나면서 한인을 비롯한 아시아계 커뮤니티는 “무분별한 총격으로 더는 희생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외쳤다. 애틀랜타 한인 단체들도 비대위를 출범해 증오범죄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안 마련에 나섰다. 애슨스시에 사는 한인 여성 4명은 대형 옥외 광고판에 증오범죄를 중단하자는 내용의 광고를 게시했다.

미국의 역사교육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소현 케네소대 교수(초등교육)는 “코로나19 사례처럼 아시아 국가가 미국의 적이 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아시아계 미국인은 국적에 관계없이 공격받는다”면서 “미국 사회는 아시아계를 ‘이방인’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올바른 역사 교육만이 증오범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조지아주립대 교육학 전공의 양샤론 씨도 “백인들은 그동안 백인의 시각(perspective)으로만 아시아계를 판단하고 규정하고 가르쳤다”면서 “학교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을 비롯해 이곳에 사는 다양한 민족의 역사도 가르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화의 물결 ‘시작’= 일리노이 주 하원에서는 ‘아시아계 미국인’의 역사를 공교육에 도입한다는 내용의 법안(TEAACH Act)을 통과시켰다. 법제화될지는 불분명하지만, 변화는 시작됐다. 연방 상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오범죄법’을 발의했다. 증오범죄를 당한 사람이 손쉽게 피해 사실을 신고할 수 있도록 온라인 신고를 허용하고, 사법당국이 신속하게 증오범죄를 처리하도록 의무화한다는 내용이다. 법안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반대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법안은 오늘(21일) 표결에 부친다.

일련의 변화들은 그간 잠잠하고 모범적인 소수를 자처했던 아시아계 이민자들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미국사회가 아시아계를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시민운동가, 비영리단체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목소리를 높이고, 정책적인 변화를 끌어내서 아시안들이 이방인이 아닌 미국 시민으로 인정받고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더욱 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배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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