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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레슬리 송’을 기억하십니까

LA한인타운의 한복판인 윌셔와 웨스턴 지하철역 앞은 늘 북적인다. 팬데믹에도 차량 통행이 가장 많은 교차로로 선정될 정도다. 이 역의 정식 이름은 ‘윌셔/웨스턴/알프레드 송(한국명 송호연·1919~2004)’이다. 전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의 이름이다. 역 앞 광장에는 가주 최초의 아시안 주상원의원이자 법률가인 그의 업적을 소개하는 기념비도 서 있다.

윌셔와 웨스턴 역에 송 의원의 이름을 명명할 수 있던 건 그의 장녀이자 사회활동가이던 레슬리 송씨의 역할이 컸다.

법률가이자 정치인이던 아버지를 닮아서일까, 송씨는 일찍부터 정치에 뛰어들어 숨은 조력자로 활약했다. 대학생 때 아버지를 따라 주청사가 있는 새크라멘토로 이주한 송씨는 주 상원의원 사무실의 비서 업무를 시작으로 캠페인 컨설팅, 정책 홍보 등의 일을 하면서 특유의 친화력과 리더십으로 정치 인맥을 쌓았다.

그녀의 동료이자 친구가 된 정치인들은 톰 브래들리, 리처드 리오던 전 LA시장부터 1980~90년대 당시 LA시의회와 가주의회에서 영향력 있는 라틴계 정치인으로 꼽히던 리처드 알라토레, 흑인 정치계의 대모로 불리는 맥신 워터스 연방하원의원, LA 한인타운을 관할한 데이비드 커닝햄 전 시의원 등 다양하다.



워터스 의원과 커닝햄 의원의 경우 송씨가 선거 캠페인을 맡아 승리로 이끌었고, 커닝햄은 당선된 후 송씨를 비서실장으로 채용했을 정도다.

결혼과 자녀 양육 등으로 잠시 일터를 떠났던 송씨는 1995년 LA시 소방국 커미셔너로 돌아왔다. 송씨는 이때부터 정치보다는 사회정의와 소수계, 특히 한인 커뮤니티를 위한 활동에 힘을 쏟았다.

송씨는 소방국 커미셔너로 있으면서 소수계와 여성 채용에 앞장섰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LA시 소방국 고위직 20명 중 19명이 백인 남성이었다. 1973년 연방법에 따라 소방국 인력의 절반을 소수계로 임명해야 하지만 시 정부는 이를 지키지 않았던 것이다. 송씨가 이를 지적하고 수정을 지시하자 내부에서 사임 압력이 이어졌다.

하지만 송씨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송씨의 뜻대로 소방국은 소수계와 여성 채용 및 승진기회를 확대했고 송씨는 2년의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다.

또 다른 예가 중앙일보와 함께한 ‘한인유권자 자원센터’ 운영이다. 2014년 선거 시즌을 맞아 송씨는 중앙일보와 함께 한인타운 관할지역에 출마하는 정치인 50여명을 인터뷰해 공약을 듣고 이를 한국어와 영어로 한인 유권자들에게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캠페인은 한인 커뮤니티에 ‘정치력 신장’이라는 단어도 널리 알렸다.

송씨는 LA한인타운에 살면서 맥아더파크에 거주하는 노숙자들을 위해 자신의 돈을 써가며 매주 3회씩 100명분이 넘는 점심을 직접 준비해 무료로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2년 넘게 진행하기도 했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 여름에도 송씨는 “밥을 기다리는 이들을 버려둘 수 없다”며 홀로 음식을 준비해 거리로 나갔다. 이런 그녀의 선행은 NBC-TV 뉴스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그렇게 보이지 않게 커뮤니티를 위해 봉사했던 송씨가 지난 1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장례식은 그녀의 유언에 따라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윌셔와 웨스턴 코너에 세워진 알프레드 송 기념비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우리가 끊임없는 노력을 하면, 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됩니다. 국민이 변화를 갈망하고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각 분야에서 지도자들이 나타나 평화로운 세상에서 더 좋은 삶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그 지도자들은 동등한 권리와 평등한 기회를 만드는 노력도 중단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 도전에 동참하고 있습니까? 나는 그러하리라 믿습니다.”

그녀 역시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면서 봉사의 삶을 살다가 떠났다.


장연화 / 사회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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