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어둠은 빛으로 흐르고
낮게 드리운 태양어둑어둑, 시간은 저물고
붉게 물든길 위로
떨어지는 무언가의 속삭임
땅거미 드리울 무렵
일렁이는 빛 속을 걸어가는 나를 본다.
마지막 햇살이 실타래 무늬를 그리고 있는
미루나무 그늘에 어둠은 찾아들고
불러보아도 대답 없는
꽉 다문 입,
태곳적 고통, 버려진 것, 소외된 것, 상처 입은 것,
모든 것 품속에 품은 어둠,
어쩌면 우리는 커다란 어두운 상자 속에
갇혀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둠이 자랄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세계
영혼은 몸속 깊숙이 둥지를 틀고
마치 오래된 편지를 읽듯 따스하고 아늑하다.
어둠 속에서 태어난 나,
어두운 시간을 사랑한다.
어둠은 빛의 테두리인 것을.
이춘희 / 수필가·롱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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