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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민들레 예찬

봄은 멀리도 가까이에도 있다. 한낮 따스한 해가 포근한 사랑을 내릴 때면 봄은 귓가에서 달콤히 속삭이지만 밤기운이 차가워지면 새침하게 토라져 저만치 멀어져 간다. 돌담에 향긋한 재스민 꽃을 피우는가 하면 부드러운 바람으로 가지 끝마다 연둣빛 싹을 틔워 생명을 탄생시킨다.

이른 봄의 아른한 기지개는 들판의 민들레꽃에서 온다. 한낮 해가 온몸을 달구어도 민들레는 가부좌를 튼 채 참선 삼매에 빠져 있다. 그것은 자신의 본래 모습을 회광반조하며, 모든 것이 비었다는 이치를 깨우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민들레 꽃은, 비었다는 것은 형상의 변화일 뿐 우주의 삼라만상은 그대로라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 좌선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처음 다짐한 일편단심이 부서지지 않는 사리로 남을지언정, 언젠가 정각(正覺)을 이룰 민들레 꽃이기 때문이다.

민들레 잎은, 땅에 찰싹 붙어 뿌리에 겨울 찬바람이 드는 것을 막아준다. 그것은 화사한 노란 꽃 아래 온몸을 펼쳐 대지의 일체 존재에게, 뿌리에 잡된 사념이 들지 않도록 오체투지의 절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민들레와 나는 닮았다. 내가 낮에 열심히 삶의 꽃을 피우다 밤이면 영혼의 날개를 접고 휴식에 들 듯, 민들레도 밤이면 곤히 잠들고 낮에는 화려한 꽃으로 벌과 나비를 맞느라 분주하다. 그래서인가, 부지런한 민들레 꽃에는 언제나 달콤한 꿀이 넉넉하다.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달다”는 말에서 민들레 뿌리가 쓴 것은 쓰디쓴 노력 때문이고, 그 꿀이 단 것은 노력의 결실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른 봄부터 샛노란 꽃으로 피어난 민들레는 어느새 하얀 백발이 되었다. 젊음의 열정과 야망으로 꽃을 피웠던 민들레는 삶의 모든 것을 비워내자 텅 빈 백발로 변했다. 이제 조용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 지난날을 통찰하며 삶을 관조하고 있는 민들레는 사람의 한평생과 흡사하다.

민들레는 온몸을 감싼 흰 깃털의 씨들로 하얗고 둥근 종을 만들었다. 아지랑이 아른대는 봄바람 속에서 작은 종은 세상을 향해 외친다. “나라는 생명체가 지금 여기에 존재합니다. 힘들고 모질지만 삶을 깊이 사랑합니다.” 가슴으로만 들을 수 있는 소리로, 씨앗의 속내는 바람결에 퍼진다.

민들레의 마지막 사명은 성스러운 자신의 씨였다. 국경과 사상을 초월하고 가없는 하늘을 자유롭게 비상하는 위대한 씨앗 아닌가. 이방인이 될 디아스포라 민들레 씨는 자신의 DNA를 퍼뜨리기 위해, 바람을 등에 업고 과감히 고향을 떠난다.

어찌 보면 고향 땅을 등지고 디아스포라가 된 나도 바람 따라 날아온 민들레 씨가 아니었을까.

땅속 깊이 뿌리를 내려 가장 깊은 곳에 자신의 뜻을 간직하고, 제일 높은 하늘에 푸른 꿈을 비상시켜 창창한 미래를 꿈꾸는 민들레. 문득 작은 민들레의 깊은 사상에 고개가 숙여진다.

봄을 맞아 강인한 생명력을 발산하는 민들레를, 내 가슴 들판에 가득 일구어 해마다 봄이 오면 새로움으로 피어나게 했으면 좋겠다. 민들레의 꽃말인 ‘행복’과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슴에 새겨 매 순간 감사하고 행복을 만끽하며 이웃과 따뜻한 사랑을 나누는 봄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영애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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