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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출렁다리

당신은 출렁다리를 건너본 적 있는가? 하늘 다리! 까마득히 아래를 내려다보면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위를 바라보면 어지러워, 순간 멈칫 주저앉고픈 출렁다리를….

흑백사진 한장이 가족 카톡에 올라온다. 막냇동생이 오랜 앨범에서 찾아보내 온 것이다. 단발머리에 땡땡이 원피스를 입은 나, 동생, 언니, 돌아가신 아버지가 출렁다리 위에 웃고 서 있다. 사진을 보는 순간, 출렁출렁 심장이 심하게 요동친다. 그리움에 울컥, 그리고 며칠 전,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맞아! 인생은 출렁다리야. 생은 그 엄청난 울렁증의 다리를 건너는 거라고, 좀 흔들리는 거 정상이야”라고 뇌까리며 스스로 마음을 다독였는데 출렁다리 사진 한장에 이렇게 소설책과 어린 시절과 조우하는 감성이라니….

그 아릿한 느낌에 취하여 봄 꿈을 꾸니 바람에 울려오는 풍경 소리에도 마음은 고요, 첩첩 심산(心山)이다. 4명의 주인공의 삶이 필연과 우연의 선택 곡예 줄을 넘나드는 중의적 모호함 속에 드라마틱하게 펼쳐지며 소설, 두 번은 없다. 한 번밖에 없는 인생에 가벼움과 무거움의 생 각자의 선택에 물음표를 던지는 소설, 그런데 나는 몰랐었다. 딴따다단!! 장엄한 서막으로 시작되는 그 유명한 베토벤의 ‘운명’ 곡을 알고 있기는 했지만, 베토벤이 ‘심사숙고해서 쓴’이라는 메모까지 남기며 “그래야만 하는가?(Muß es sein?)” “그래야 한다(Es muß sein!)”를 고민하며 삽입한. 그 아득한 필연과 우연의 경계 사이를 넘나드는 천재의 고뇌를 몰랐었고 빛나는 지성, 작가 밀란 쿤데라가 베토벤의 운명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책에 아주 무겁고 가벼운 삶의 중요한 은유로 도입했던 것을 몰랐었다. 그리고 또 나는 몰랐었다.

어렸을 적 나무토막 사이와 사이를 쇠줄로 묶고 긴 밧줄을 이 강에서 저 강으로 이어놓은 공중에 높이 매달아 놓은 강원도 횡성 고향의 강가 출렁다리를 건너며, 오줌을 지릴 정도로 겁을 먹으면서도 그 아찔한 알 수 없는 스릴의 황홀감에 온몸을 떨었던 막연하고 어렴풋한 그 감성이 무엇이었는지를. 그러나 이제야 알 듯하다. 그것은 위태의 다리를 건너는 예고편 놀이, 인생이었다는 것을. 다리 위에 팔을 뻗치며 나비처럼 출렁이던 어린 소녀와 반평생을 산 중년 여인, 나 자신과의 조우, 그 황홀함 만남에도 불구하고 난 아직도 흔들린다.



건너가는 삶의 다리 위에 여전히 어지럽다. 분명한 사실은 미혹의 울렁증에 시달리면서도 그 신비의 운명의 다리를 건너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출렁다리를 하늘 다리로도 부르는 것은 우리의 생이 저 높은 구원, 열반을 찾아가려는 이상을 향한 몸부림, 기도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닐까 하는 참으로 나다운 엉뚱한 생각에 잠겨 보기도 한다. 니체의 사상에 심취했다는 세기의 이야기꾼 작가 밀란 쿤데라. “인간은 짐승과 초인 사이에 걸쳐놓은 하나의 밧줄이다” “하나의 심연을 건너가는 밧줄인 것이다. 저편으로 건너가는 것도 위험하고, 뒤돌아보기도 어렵고 멈춰 서 있는 것도 위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위대한 것은 건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라는 영원한 빛의 예언자 니체를 떠올리며 오늘도 건넌다. 실눈을 감으니, 예뻐라! 땡땡이 원피스를 입고 다리를 건너는 아이,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 조율하는 하늘로 뻗은 양팔, 나비춤이 출렁이네!!


곽애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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