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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망경] 꿈을 위한 3중주

1. 참된 거짓말

- 정신병의 갑옷이 당신의 영혼을 보호한다 든든해 아주 든든해요 반달이 내게 미소를 보내기 전, 멀리서 아주 멀리 작은 새 여럿이 떼를 지어 날아갑니다… ‘꿈에 대한 보충설명’ (2018)

재미난 꿈을 꾸었다고 당신은 말한다. 궁금해서 몇 마디 물어봤더니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한다. 자꾸만 눈을 깜박이는 모습이 무언가 짐작해서 말하려는 눈치다.

애써 하는 보충설명은 진실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듣는 사람을 염려하다가 솔직한 말을 하지 못한다. 어느덧 당신의 말은 ‘프레젠테이션’이 된다. 허위와 과장이 개입된다.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진실을 추구하는 마음에서 직설을 한다. 그러나 적나라한 표현이라고 다 진실은 아니다. 내면적 따스함이 정확한 지적보다 더 진실에 가까울 수 있다. 나는 이런 사회적 관습을 참된 거짓말이라 부른다. 정신과 의사와 성직자들의 직업의식에는 부드럽고 참된 거짓말이 숨어있다. 상대를 배려하기 위한 보호책이다. 정신병도 영혼을 보호한다.

‘거짓말’은 ‘거저 하는 말’, 즉 공짜로 하는 말에서 유래했다 한다. 공짜에는 아무런 책임이나 ‘commitment’, 결속감이 없다. 공짜의 공은 ‘빌 空’자에서 왔다. ‘빈말’과 참된 거짓말은 질적으로 아주 다르다.



2. 은근한 내통

- 상징의 의미를 아무리 건드려 보아도/ 상징은 다시 살아나지 않음을/ 뒤늦게 전해 드립니다/ 상징은 성징끼리만/ 오래 내통해 왔음을/ 제가 어찌하겠습니까… ‘사고현장’ (2001)

1960년대부터 영국의 정신분석가 비온(Bion, 1897~1979)은 꿈과 무의식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점에서 출발하여 의식 또한 무의식에 참여한다는 학설의 토대를 세웠다. 의식과 무의식은 은근히 내통한다.

약간의 암시만 주어도 상대의 속마음을 얼른 알아차리는 흔쾌한 대화는 은유와 상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자연과 인간 사이에서도 상징을 찾는다. 갑순이가 시집간 첫날 밤에 달보고 울었다는 노래 가사는 달이 슬픔을 달래 주는 상징성에 귀속하는 집단의식의 발로다.

옥편은 ‘통할 通’의 오른쪽이 종 모양이라 풀이한다. 속이 텅 빈 종처럼 길이 뻥 뚫려 있다는 해설이다. 그래서 통한다는 말은 거침이 없는 마음의 왕래를 뜻한다. 내통(內通)은 속으로만 통한다는 말! 겉으로 너무 티가 나면 시기 질투 같은 불이익을 당한다. 내통은 자기 보호책이다.



3. 달콤한 꿈

- 꿈에도 법칙이 있대 꿈을 지 마음대로 꿀 수 있다며 나를 달콤하게 유혹하는 책을 읽었어 우리는 모두 한결같은 드림 프로듀서 당신도 나도 밤이면 밤마다 지 구미에 맞게 꿈을 꾸민다는 거지… ‘달콤한 꿈’ (2009)

내가 좋아하는 페이스북 친구가 전만큼 달콤한 꿈을 꾸지 않은 것이 나이 탓이냐고 묻는다. 우리의 뇌 기능에 ‘day residue, 낮의 찌꺼기’라는 게 있으므로 낮 동안 달콤한 생각을 자주 하면 잘 때 꿈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얼떨결에 한 말을 되씹다가 화들짝 놀란다. 생각 하나만으로도 꿈을 제작할 수 있다니! 꿈은 ‘꾸미다’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한다. 꾸밈은 창조다.

‘dream’은 고대 영어로 ‘시끄러운 소리, 음악, 기쁨’이라는 의미였다. 1930년대에 열망, 소망이라는 뜻으로 변천했다. 시끄러운 음악 같은 원천적 힘으로 인류는 줄기차게 진화해 온 것이다. 꿈과 현실은 당신이 직장에서 일할 때나 밤에 쿨쿨 자는 사이에도 줄기차게 내통한다.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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