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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반세기 전 미국의 ‘정상가족’

다음은 정상일까, 아닐까.

①음주=술 마시는 것은 정상. 미국인 성인 74.1%가 술을 마신다. ②안경=안경 착용도 정상. 중년층 67%가 안경을 쓴다. ③의치=미국 남녀 중 약 절반이 사용하니 정상. ④코르셋 착용=여성은 정상, 남성은 비정상. 여성의 65%가 착용한다. 남성은 15%에 불과하다. ⑤코골이=비정상. 2500만명 미국인이 코를 고는데, 코골이 버릇은 정상이 아니다. ⑥비만=키에 비해 살이 쪘다 해도 정상. 미국 성인의 약 절반은 과체중이다.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겠지만, 실제로 미국 통신사(UPI)를 통해 1968년 중앙일보 2면에 실린 기사다. 기사 제목은 ‘정상의 기준은 어디에’이다. 당시 한 생명보험회사의 가족경제 담당자가 만든 정상도 측정 기준이라고 한다.

무려 53년 전의 일이니 혹 불쾌감을 느꼈다면 미리 양해를 구한다.



반세기 전엔 정상을 구분하는 잣대가 무엇이 더 보편적인가로 구분 지어졌던 듯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잣대에 물음표를 던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많은 사람이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그것이 ‘정상’은 아니라는 거다.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의 출산과 육아 예능 출연을 둘러싼 논란이 그렇다. 사유리는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낳았다. 자발적 미혼모의 탄생을 두고 개인의 선택이니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한쪽에선 ‘올바른 가족관’을 들어 비혼자의 출산을 부추긴다며 공중파에서 출연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뜨거운 논란 속, 우리가 정말 돌아봐야 할 부분이 있다. 아빠와 엄마, 결혼과 같은 외형 틀을 갖춘 것만이 정상일까. 혈연으로만 엮여야 정상가족이 될 수 있는 것일까. 가족이란 이름으로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일들을 접할 때마다 가족의 본질을 떠올리게 된다.

자신의 전 재산을 형이 빼돌렸다는 의혹 때문에 실의와 분노에 빠진 방송인 박수홍씨는 이렇게 말했다. “(형이) 대화에 응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그들을 가족으로 대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뿐인가. 훈육이란 이름으로 이뤄지는 체벌과 사랑이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매, 그리고 방임과 유기, 학대는 어떠한가.

이젠 형식상 정상과 비정상 논쟁을 뛰어넘어 21세기형 가족의 재탄생을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김현예 / 한국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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