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고장 난 밥통 같은 날들
오늘도 피식피식 김빠지는 소리완벽하게 맞추어 놓은 눈금이 제멋대로 출렁이며 끓어오르다
삐뚤어진 욕망의 틈새로 솟구치는 괴성 순간 허공을 적시고
찰지고 기름졌던 꿈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물속에 갇힌 마을처럼 아득해
놀란 가슴 살피고 쓰다듬어 보지만
뜨겁게 밀어 넣은 마음 다치고 데이는 날 많아
밥도 아니고 쌀도 아닌 채로 버려지는 날 많아
어떤 쌀도 이제 조용히 밥이 되지 않는다
쌀이 밥이 되는 일은
밥이 삶이 되는 일 만큼이나 요란하다
설익어 흩어진 날들은
어지러운 세상 어디선가 뜸 들이며 익어가고
아직 눈 못 뜨고 떠나지 못한 날들이
시간의 목에 걸려 돌탑으로 쌓여간다
윤지영 / 시인·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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