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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정부, 백신 시대에 맞는 정책 필요하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언론계 선배가 ‘해외입국자들이 겪는 14일간의 격리생활’을 주제로 한 글을 단체카톡방에 올렸다.

인천공항에서부터 개인신상정보를 탈탈 털리고 본인의 뜻과는 전연 관계없는 생활이 시작됐다고 글문을 열었다. 방역버스를 타고 공항을 벗어나 용인에서 구급차로 집에 도착했고, 이튿날 코로나 검사도 보건소에서 제공하는 구급차를 이용했다.

집으로 마스크, 각종 소독제, 체온계, 휴지 봉투까지 배달되었다. 매일 아침 10시, 오후 3시, 8시에 체온을 재어 전담자에게 보고해야 했다. 체온계가 고장이 나니 관계기관은 다음 날 바로 배달해 교체해주는 신속함도 보였다…

해외에서 한국에 입국하면 누구나 예외 없이 겪는 일이다. 이처럼 철저한 방역체계 덕분에 한국 정부가 자랑하는 K방역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팬데믹이 1년 이상 지속되다 보니 이곳저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난다.

특히 재외국민이 사업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할 때 14일 의무 자가격리는 너무 부담스럽다. 업무상 일주일도 채 머물지 않는데, 격리 기간이 너무 길어서 많은 사람들이 출장을 포기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올해 들어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코로나19에 대한 걱정이 덜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미국은 올여름코로나19 팬더믹 이전의 일상으로 복귀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혹시 쉽게 한국방문을 할 수 있을지 현지공관이나 여행사에 문의하는 미주 한인들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

그럼에도 현지공관들은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도 2주 자가격리는 필수”라는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미주 한인들은 “너무한 처사”라며, 한국 질병 관리청이 방역 지침을 완화해야 한다고 볼멘소리지만, “현재 보급된 백신의 효과는 95% 전후라,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안전할지 몰라도 바이러스 전염을 완전히 막지는 못한다”는 답변만 들을 뿐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3월 해외입국자를 대상으로 2주 자가격리를 의무화한 데 이어, 올 1월 자가격리 면제서 발급 대상도 축소했다. 자가격리 면제서 발급은 ‘직계 존비속 장례식’ 참석자와 ‘사업장 임원급 소수 필수인력’만 가능하다.

지난달 24일부터는 한국을 입국하는 모든 입국자는 병원, 또는 인증기관이 72시간 이내에 발급한 코로나19유전자 증폭검사(PCR)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참다못한 한 교민이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백신 접종을 끝낸 미주 한인들이 고국을 방문할 경우 2주간의 자가격리를 면제해달라는 내용이다.

LA지역 한인 상공인들도 이에 앞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재미 한인상공인과 동포들의 한국방문 시 14일간의 격리를 면제해주도록 국회에 청원했다. 이 청원서는 국회 소관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됐다.

이 안건이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국회 명의로 정부에 공식 시행을 권고하게 된다. 그렇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다.

세계 각국은 최근 백신 접종자에 대해 자유 여행을 허용하는 추세다.

중국의 경우 이를 위해 국경을 넘는 자국민 여행자를 위한 ‘디지털 코로나19 예방접종 인증서’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EU 유럽국가들,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에서도 해외거주 국민을 위한 백신 여권 도입을 고려 중이다.

미국도 최근 ‘백신 여권’ 도입에 가세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다음 달 중순 여행제한을 해제하기 전까지 백신 여권을 발급할 계획이다.

한국 정부도 이 흐름에 보조를 맞추는 것이 마땅하다. 급변하는 국제상황의 흐름 속에 독불장군은 없다. 이젠 K 방역도 더 나은 방향으로 방법을 바꿀 때가 됐다. 백신 시대에는 그에 걸맞은 정책이 필요하다.

옛말에도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고 하지 않는가? 물이 흐르는 대로 상황에 맞춰 물꼬를 터주는 게 진정 국민을 위하는 길이자 올바른 정치다.


권영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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