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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교육과 법규로 증오범죄 막자

헤이트 크라임(Hate Crime)은 증오 범죄 또는 혐오 범죄로 번역된다.

증오의 사전적 의미는 아주 사무치게 미워하는 것이다. 혐오는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이다.

미워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용례를 살펴보면 미묘한 차이가 드러난다. 예를 들어 철천지원수는 혐오보단 증오의 대상이다. 반면, 역겨운 음식이나 뱀, 거미 등 징그러운 동물엔 증오보다 혐오란 단어를 써야 자연스럽다. 결국 증오란 감정엔 원한을 포함한 인과관계가 내재됐을 가능성이 높고 혐오의 바탕엔 본능적인 공포, 피하고 싶은 감정이 깔렸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인종에 대한 차별에도 증오와 혐오가 뒤섞여 있다. 자신 또는 가까운 이의 직·간접적 경험을 통해 축적됐거나 후천적으로 학습된 감정, 현실에 대한 불만 등이 타인종에 대한 증오로 폭발하기도 한다. 공포 또는 나와 다른 상대를 배척하려는 감정의 원인을 타인에게 돌리며 공격하는 사례도 있다.

많은 국가가 계층, 성별, 종교, 성적 지향, 지역, 인종 등에 관한 갈등 요소를 지니고 있다. 문제는 사회적 분위기다. 차별과 증오를 드러내 놓고 표출해도 별 문제가 없는 분위기가 되면 평소 그러지 않았던 이들도 부화뇌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정치적 이익을 위해 특정 집단을 향한 증오를 부추기는 행위는 매우 심각한 결과를 낳는다. 부추기는 인물의 영향력이 클수록 위험성도 커진다. 코로나19, 중국과의 갈등은 아시아계 증오 범죄 급증의 계기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전국 각지에서 증오 범죄가 잇따르는 근본적 원인은 ‘증오를 공공연히 말하고 행동으로 옮겨도 괜찮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이가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이다.

‘정치적 올바름(PC)’은 필요하다. 역기능은 있지만 적정한 수준을 유지하면 순기능이 훨씬 크다. PC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과 PC를 거부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증오 내지 혐오는 사라지지 않는다. 가장 현명한 대처 방법은 애초에 엉뚱한 대상에 증오를 품거나 표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 방법은 바로 교육이다.

어린 시절부터 인종 편견을 갖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에서 미국의 고질적인 인종 갈등 문제를 수박 겉핥기 식이 아니라 정면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교육은 인종 갈등의 책임을 특정 인종에게 묻는 식이 아니라 여러 사례를 놓고 토론하며 편견과 차별의 위험성을 학생 스스로 깨닫도록 하는 방식이 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 특정 인종을 향한 증오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또 그런 증오를 부추기는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지 가르쳐야 한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등 역사적 사례는 차고 넘친다.

교육이 효과를 내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관련 법규를 강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두 가지를 동시에 요구해야 한다.

애틀랜타 총격 사건 이전은 물론 그 이후에도 끊이지 않는 아시아계 증오 범죄를 잠재우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아시아계 외 모든 인종과 연대해 어떤 종류의 차별이나 증오 범죄도 용납할 수 없다고 외쳐야 한다. 아시아계 만을 위한 조례, 법은 제정될 수 없기 때문이다. 평소 다른 소수계 커뮤니티가 고통 받을 때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간 키워온 정치력을 지혜롭게 발휘하는 것도 중요하다. 각급 정부와 의회, 법 집행 기관을 움직이려면 투표든 로비든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인종간 갈등과 증오 해소를 위해선 각 개인의 각성 이전에 국가적, 사회적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분노의 함성은 시간이 흐르면 잦아들지만 교육과 법규는 지속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임상환 / OC취재담당·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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