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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라시아의 혈관 ‘수에즈 운하’

운하는 뱃길이다. 바다, 강, 호수를 인위적으로 연결해 배가 다니도록 만든 수로를 말한다. 기원전에 메소포타미아가 수로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고, 중국도 수나라 때 수양제가 황하와 장강을 잇는 대운하를 만들어 배를 띄웠다고 한다.

지구상에 가장 큰 운하는 수에즈 운하다. 1869년 개통한 수에즈 운하는 아프리카 대륙을 우회하지 않고 유럽과 아시아를 직접 연결하며 세계 교역량의 12%를 담당한다. 지중해와 홍해 사이를 잇는 길이 193km, 폭 200m, 중심 깊이 22m의 대수로로 유럽과 아시아의 물류가 흐르는 유라시아의 혈관이다.

지난 23일 혈관이 막히는 대형 사고가 터졌다. 대만의 에버그린사가 운영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길이 400m, 폭 59m)이 운하를 통행하던 중, 시속 74km의 강풍으로 북쪽을 향하던 뱃머리가 시계 방향으로 밀리면서 수로 중심을 벗어나 수심이 낮은 수로변 제방에 좌초돼 운하를 가로 막았다. 강풍이 심한 모래먼지를 동반했기에 항해사의 시야를 가린 것도 사고 원인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 배는 중국을 출발해 네덜란드의 로테르담항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운하관리청은 준설선을 투입해 제방의 모래와 흙을 약 3만t 퍼냈고, 선박도 선체 무게감소를 위해 평형수 9000t을 빼냈다. 그런 다음 14대의 예인선을 동원해 제방에 박힌 뱃머리를 돌려서 물에 띄우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관리청은 조수간만의 밀물 수위가 최대로 높아지는 시간을 기다렸다가 예인을 재시도해 드디어 29일 배를 띄우는데 성공했다. 운하가 차단된 지 일주일 만이다.

이번 사고로 수에즈 운하의 양 방향, 지중해와 홍해에 발이 묶여있었던 선박들은 한때 400척이 넘었다. 일부 선박들은 운하 통과를 포기하고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우회하는 항로로 이미 떠났다.

29일 현재 약 350척이 운하 통과 대기 중에 있다. 수에즈 운하의 통과시간은 평균 11~16시간이 소요된다. 아프리카 남단을 우회하는 항로는 수에즈 운하의 거리보다 약 6000마일이 길고, 시간도 열흘이 더 걸린다.

수에즈 운하는 평탄한 지형 때문에 갑문이 없고, 운하 북쪽의 지중해와 남쪽 끝인 홍해의 해수면 차이도 없어서 통행하는 선박은 자력으로 평균 8노트 속도로 서행한다. 작년엔 하루 평균 52척의 선박이 통행했다. 통행료는 1척당 평균 약 25만 달러이며 이집트 주요 외화 수입원이다.

권투선수의 체급을 체중에 따라 정하듯, 선박에도 운하 통과 여부에 따라 체급이 있다. 핸디급(Handy-size), 파나마급(Panamax), 수에즈급(Suezmax), 케이프급(Cape-size) 등으로 구분한다.

‘핸디급’은 4만5000t 미만으로 어떤 운하도 통과가 가능한 작은 사이즈의 선박을 말한다. ‘파나마급’은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도록 설계된 배다. 파나마 운하의 폭이 49m이므로, 선박의 폭이 최대 49m 이하, 중량도 12만t 이하로 제한된다. ‘수에즈급’은 배의 길이 제한은 없지만 배의 폭은 64m이다. 중량은15만t 이하다.

‘케이프급’은 대형 벌크선, 또는 유조선으로 어떤 운하도 통과가 불가능한 헤비급 선박이다. 남아프리카의 케이프타운을 돌아서 항해하기 때문에 케이프사이즈라 한다.

좌초된 초대형선이 조금씩 떠오르자 현장 예인선들은 환호의 뱃고동을 울렸다. 운하관리청의 책임자는 “신은 위대하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유라시아의 혈관이 다시 연결되는 순간이었다.


이보영 / 전 한진해운 미주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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