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이 아침에] 꽃 소식

뉴욕에도 화려한 벚꽃의 계절이 다가왔다. 미국 동부에서 벚꽃 하면 워싱턴DC의 포트맥 강가에 벚꽃이 일품이다. 뉴욕에서 워싱턴DC의 꽃망울을 터트리는 시기에 잘 맞추어 가기는 좀 어렵다. 어느 때는 개화 절정기라고 달려가 보면 ‘꽃잎은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하다…’ 연초록색 새잎이 어느덧 움을 틔우고 있을 때도 있었다,

일제강점기 전북 남원 출신의 박희옥은 ‘운봉 박부자’로 불릴 만큼 만석꾼으로 유명한 인물이었는데, 1933년 일본 제국주의 중추 참의원에 임명되어 수만 평의 앞마을 동산에 사정(射亭)을 짓고 전국의 궁수들을 불러 활쏘기도 하고 판소리에 관심이 있어 전국의 명창들을 불러모아 소리를 감상하는 등 당대 최고의 한량이었다. 국악 하면 국악의 성지 남원에서도 운봉이 수많은 명창을 배출한 곳이다. 비전 마을 앞 옆 지리산 자락 황산 아래에 자리한 그곳은 동편제를 완성한 명창 송흥록, 박초월의 생가가 있는 곳에 국악 성지 전시관이 있다. 그 앞 황산 천은 고려말 이성계 장군이 왜구장아지발도를 화살 한 대로 사살하여 그의 핏자국이 지금도 있다는 전설의 피바위가 전설로 남아 있는 곳으로 초등학교 시절 소풍 갔던 곳이기도 하다.

박희옥은 사정이 있는 정자까지 수백 미터의 자동차 진입로의 양편에 사꾸라 나무를 심어 시골 동네의 명소를 만들어 주어 마을 사람들에게 어린 시절부터 벚꽃의 아름다움을 알려 주었다. 관리인한테 들키면 혼이 날 줄 알면서도 그여 벚꽃 가지를 몰래 꺾어 병에 꽂아 놓고 봄맞이 기분을 안방 들여놓던 유년 시절의 추억이 새롭다.

그때 당시 그가 타고 다니는 까만 승용차는 시골 사람들은 가시끼리(대절·貸切)라고 불렀다. 까만 세단은 성인이 된 후에 박물관에서 보니 포드 자동차였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 꼬마 애들은 그 차의 휘발유 타는 냄새를 맡으려 뒤쫓아 가던 기억이 꽃소식과 함께 묻어온다. 그분은 전북 지역의 유력자로 활동했다. 학교와 교량 건설에 거금을 기부하는 등 재산을 이용한 사회사업으로 많은 표창을 받았으나 후에 친일파 명단에 들어간 인물이 되었다.

사꾸라 꽃은 일본 국화라는 풍문에 일본을 싫어하는 한국인들에게는 꽃은 아름다우나 일본이라는 상징성이 연상되어 묘한 이중성을 가져다주는 꽃 이름이다. ‘사쿠라’에 ‘변절자’, ‘배신자’, ‘가짜’, ‘위선’의 뜻이 있어 그런 사람 등 뒤에서 “저 사람 사쿠라야” 하면 속으로 왕따당하기 좋은 별명이 되었다. 벚꽃은 관습상 일본 국화이지 일본 황실의 상징은 국화(菊花)라고 한다. 일본 황실의 상징은 국화이고 공항에서 흘겨본 일본인들이 내미는 여권에도 국화가 피어있다. 일본 경찰과 자위대의 휘장, 계급장에는 벚꽃을 쓰고, 일본 총리와 정부의 상징으로는 오동잎을 사용한다고 한다.

여하튼 정치 색깔을 떠나서 만개 시에 벚꽃 나무숲을 거닐면 그 포근함과 아름다운 꽃잎들의 고혹한 색채는 우리의 근심 걱정을 순간순간 잊게 한다. 경험상 필자의 예보인데 뉴욕에 노란 개나리꽃이 활짝 피는 때가 워싱턴DC 포트맥 강가 벚꽃이 만개하는 시점이다. 규모는 작지만, 뉴욕에서도 가까운 뉴저지 Newark의 Lake street와 Park ave가 만나는 공원에도 4월이면 아름다운 벚꽃을 감상할 수 있다. 상춘객에도 6피트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라면 어찌할까나.


윤봉춘 / 수필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