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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시집살이만 못 하더라

‘고초 당초 맵다 해도 시집살이만 못 하더라.’ 우리 민요인 상주모심기에 나오는 가사의 일부분입니다. 고초(苦椒)는 고추의 옛말입니다. 당초(唐椒) 역시 고추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고추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오래지 않으니 이 가사 역시 아주 역사가 오래되지는 않았을 듯합니다. 보통은 고추의 전래시기를 임진왜란 이후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말에는 ‘작은 고추가 맵다’ 등을 비롯해 고추와 관련된 표현이나 속담도 많고, 고춧가루나 고추장이 들어간 음식도 많은데 모두 임진왜란 이후, 조선 후기 정도에 생긴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고추는 놀라운 속도로 널리 우리 삶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민요를 배우다 보면 가사의 내용 중에 시집살이에 관한 내용이 많아서 새삼 놀랍니다. 민요는 노동요인 경우가 많고, 일하면서 민요로 쌓인 감정을 푸는 경우가 많습니다. 함께 노래를 부르거나 돌아가면서 부르는 경우가 많아서 공감이 매우 중요하였을 겁니다. 힘든 일을 이겨내야 하니 해학도 필요했을 거고요. 그런데 민요 가사 중에 시집살이에 대한 이야기가 참 많습니다. 시집에서 시부모와 함께 살지 않는 경우도 많았을 텐데, 그래도 시집살이에 대한 공감은 컸던 듯합니다. 함께 사는 사람이 주는 고통이니 더 힘들었겠죠.

‘나도야 죽어 후생(後生) 가면 시집살이는 안 할라요’라는 가사를 보면 더 심각합니다. 후생은 불교에서 삼생(三生)의 하나로 죽은 뒤의 생애를 이릅니다. 내생의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죽어서 다른 세상으로 가면 시집살이를 다시 안 하고 싶다는 절절한 내용입니다. 시집살이의 고통을 실감하게 합니다. 노래를 부를 때 들어보면 ‘죽어’라는 가사보다 ‘시집살이’에 강조점이 찍힙니다. 죽음보다 더 괴롭다는 감정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시어머니도 시집살이를 당한 장본인이었으면서, 며느리에게 고되게 고생을 시키는 심리를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서로 보듬어도 아까운 시간을 그렇게 괴롭혀서 무엇이 기뻤을까 답답한 마음도 듭니다. 혹자는 아들을 빼앗겼다는 심리라고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그리 생각하면 진짜 자식을 빼앗긴 것은 딸 가진 부모였을 겁니다. 딸의 시집살이를 마음 아파하는 부모의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시집살이를 해 보지 않은 사람도 상주모심기를 부르면 감정이입이 됩니다. 물론 시집살이에 감정이입이 된다기보다는 고통스러운 현실에 감정이 담기는 것입니다. 가사로는 ‘시집살이’를 부르고 있지만, 머릿속에는 자신의 고통이 떠오릅니다. 현재 겪고 있는 괴로움일 수도 있고, 전에 겪었던 힘든 일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때는 특별한 일은 떠오르지 않고 슬픈 감정만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 살면서 괴로운 일이 참 많았습니다.

저는 요즘 상주모심기를 배우고 있습니다. 민요는 항상 정해져 있는 가사가 아닙니다. 지역마다 다르고, 시대마다 다르고, 때로는 사람마다 달라지기도 합니다. 시집살이라는 말에 감정이입이 안 된다면 다른 가사로 바꿔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사람마다 감정이 다르겠구나 하는 생각에 가사를 바꾸는 일은 일단 미뤄 두었습니다.

저도 상주 모심기 노래를 배우면서 힘들었던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그런 힘든 일은 다시는 생기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다음 생이 있다면 그런 현실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노래를 한참 부르고 나니 속 시원한 마음이 듭니다. 힘든 일을 마주하고 난 후 느끼는 감정이라고나 할까요? 민요는 후생이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힘을 줍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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