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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샐러드 그릇의 균열

어둠이 짙던 1991년 3월 3일 새벽 백인 경찰관 4명이 과속 차량을 뒤쫓아가 세웠다. 그리곤 20대 흑인 청년을 끌어내 곤봉과 전기충격기, 발로 무차별 구타했다. 잔혹한 모습은 배관공의 비디오카메라에 찍혔다. 경찰관들은 그러나 무죄 방면됐다. LA 폭동의 도화선이 된 로드니 킹 사건의 시작이었다.

공교롭게도 그 후 꼭 30년째 되던 날, 경찰의 면책 특권을 제한하는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용의자를 체포할 때 목을 조를 수 없도록 하는 등 공권력을 빙자한 위법 행위와 과도한 폭력, 인종적 편견을 뿌리 뽑기 위한 경찰 개혁 법안이다. 지난해 5월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 눌려 숨진 흑인 남성의 이름에서 비롯된 ‘조지 플로이드 법’이다.

17살 소녀의 스마트폰에 찍힌 플로이드의 마지막 8분 46초, 그 짓이겨진 얼굴은 의료사고라는 경찰 주장을 거짓으로 돌려세웠다. 동영상이 공개되자 시민들은 거리로 몰려나왔다. 그렇게 달궈진 BLM(Black Lives Matter,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운동은 미국 대선판을 흔들며 트럼프 시대의 종언을 고하는 변곡점이 됐다.

한인 4명을 포함해 8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지난 16일 애틀랜타 총격 사건은 아시아계 플로이드 사건으로 번졌다. 20대 백인 청년의 비뚤어진 성 중독을 범행 동기로 지목한 경찰 발표는 증오 범죄를 희석하려는 것이라는 반발을 부르며 논란을 키웠다. “아시아인은 병균이 아니다. 증오를 멈추라!”는 외침이 전역으로 퍼졌다.

미국 인종 분포는 이민 문호를 대폭 개방한 1965년 이민법 개정을 계기로 급변했다. 2019년 인구조사국 통계를 보면, 84%로 압도적이던 백인은 50여년 만에 60.1%로 쪼그라들었다. 히스패닉은 4%에서 18.5%로 치솟아 흑인 인구(13.4%)를 넘어섰다. 1%를 밑돌던 아시아계도 5.9%로 크게 늘었다. 흑백 구도의 붕괴는 정치·경제적 힘의 필연적 이동을 수반했고, 위상이 높아진 아시아계를 노린 범죄가 점증했다.

극작가 쟁윌의 ‘멜팅 팟(용광로)’이 초연된 1908년, 미국은 ‘위대한 인종의 용광로’ 신화에 들떴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내 사상과 삶에 강한 영향을 끼쳤다”는 친서까지 쟁윌에게 보낼 정도였다. 인구 지도가 변하자 ‘용광로’를 구시대적 은유로 밀어내고는 ‘샐러드 그릇’(다문화의 공존과 조화)이라는 또 다른 낙관적 프리즘을 들이댔다.

그 이상의 뒤안길에는 차별과 증오·혐오가 횡행한다. 플로이드 법은 치안 부재를 초래할 것이라는 공화당 반발을 사고 있어 상원 통과가 미지수다. 로드니 킹 사건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부인할 수 없는 샐러드 그릇의 내부 균열이다.


임종주 / 워싱턴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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