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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대표가 만난 사람] <7> 신희경 테네시 내슈빌한인회장

“내슈빌 한인 7000명…실질적 도움 주고 싶어요”

평소 하던 그늘진 이웃 섬김
한인회장 되어서도 ‘그대로’
카톡방도 220명 모아 ‘소통’
“재정도 활동도 투명해야죠”

지난 21일 저녁 내슈빌 다운타운에서 열린 인종차별 및 아시안 혐오범죄 근절을 위한 촛불집회 모습.

지난 21일 저녁 내슈빌 다운타운에서 열린 인종차별 및 아시안 혐오범죄 근절을 위한 촛불집회 모습.

집회에 참여한 한인들과 함께 한 신희경 한인회장(오른쪽 한복)과 신 회장이 주지사와 미국 한국전참전용사연합회로부터 받은 표창장과 메달.

집회에 참여한 한인들과 함께 한 신희경 한인회장(오른쪽 한복)과 신 회장이 주지사와 미국 한국전참전용사연합회로부터 받은 표창장과 메달.

신희경 회장(가운데)과 함께한 허세림 전도사 부부. 내슈빌한인장로교회에서 중고등부를 맡고 있는 허 전도사는 아시안 권익단체 ‘API(Asian Pacific Island) 미들 테네시’의 보드멤버이기도 하다.

신희경 회장(가운데)과 함께한 허세림 전도사 부부. 내슈빌한인장로교회에서 중고등부를 맡고 있는 허 전도사는 아시안 권익단체 ‘API(Asian Pacific Island) 미들 테네시’의 보드멤버이기도 하다.

신희경 회장과 남편 김영배 애틀랜타 해병전우회장. 김영배 회장은 최근 애틀랜타한인회 이사장에 선임되었으며 생업 관계로 내슈빌과 애틀랜타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신희경 회장과 남편 김영배 애틀랜타 해병전우회장. 김영배 회장은 최근 애틀랜타한인회 이사장에 선임되었으며 생업 관계로 내슈빌과 애틀랜타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지난 주말 테네시주 내슈빌을 다녀왔다. 그곳 한인사회 모습도 보고 한인들 살아가는 이야기도 듣기 위해서였다. 오고가는 고속도로 주변 초록 들판과 희고 붉은 꽃들이 화사하고 눈부셨다.

가던 날 일요일 저녁 마침 내슈빌 다운타운 한복판에서 아시안 혐오범죄 중단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내슈빌한인회 신희경(55) 회장과 함께 행사를 지켜보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지난 해 8월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치러진 경선에서 139표를 얻어 내슈빌한인회장으로 당선된 23대 회장이다.

- 한복을 입고 나오셨네요.
“예, 이런 행사 때는 일부러 입고 나옵니다. 눈에 잘 띄잖아요. 타인종에게 우리 한인들도 이런 행사에 적극 동참한다는 이미지도 심어줄 수 있고요.”
이날 행사는 여러 아시안 권익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내슈빌한인회도 명함을 내밀고 적극 참여했다. 집회는 테네시한인장로교회 허세림 전도사의 기도로 시작됐다. 이날 신 회장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200여개의 손 태극기를 미리 준비해 행사 참석자들에게 나눠주었다.

-오늘 생각보다 한인들이 많이 왔군요. 내슈빌 전체 한인은 얼마나 되나요?
“7000명 쯤 될까요. 적게는 6000명, 많게는 1만명까지 보기도 합니다. 통계에 안 잡히는 분들도 많거든요.”

한인 수는 말하는 사람마다 다르다. 내슈빌은 4~5천명 쯤 될 거라는 사람도 있고 1만5000명까지 된다는 사람도 있다. 이럴 땐 통계를 봐야 한다. 2019년 자료에 따르면 내슈빌 인구는 67만 명이다. 인종별로는 백인이 65.5%, 흑인 28.6%, 아시안은 3.5%다. 아시안은 23만 명이 조금 넘는다는 얘기다. 한인이 아시안 중 30%쯤 된다고 가정하면 신 회장 말대로 7000명 어림이다. 내슈빌 전체 인구의 1% 정도다.

-코로나 시기라 한인회 일 하기가 힘들진 않나요.
“대면행사는 거의 못했습니다. 대신 어르신들 찾아 뵙는 일은 꾸준히 하고 있어요. 전화 상담도 많고요. 뭘 잘 못 먹어 체한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전화기가 갑자기 안되는데 왜 그런가 등등 주로 사소한 문제 해결 요청입니다. 몇몇 어르신들껜 음식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갖다드리기도 합니다. 가족 없는 분, 앞 못보시는 분도 있고...”

독거 노인들의 사연을 이야기하다 마음이 울컥하는지 말을 잇지 못한다. 이런 봉사 때문인지 신 회장은 시니어 팬들이 많다. 실제로 지난해 드라이브 스루 회장 선거 때 운전도 못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너도나도 다른 차까지 얻어 타고 와서 신 회장에게 투표했다고 한다.

-딱한 사연들이 많군요. 다른 한인들은 어떻게들 사는지요?
“밴더빌트대학 같은 학교 쪽 관계자도 있고 의사나 전문직 종사자도 꽤 있어요. 주유소나 세탁소, 가게 등 자영업 하시는 분도 물론 많고요. 하지만 한인회 차원에선 딱히 마음 나눌 곳 없는 분들에게 아무래도 관심을 더 쏟은 편입니다. 한인회라는 게 그런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기댈 곳이 되어야 하잖아요. 얼마 전에도 우울증에 빠진 젊은 자매 한 분이 극단적 선택을 하려다가 극적으로 구조된 적이 있었어요. 그 자매를 보살피면서 한국서 온 부모님들과도 함께하며 얘기를 나누었는데 힘들고 어려운 한인들이 필요로 할 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단체나 기관이 더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회장 출마 공약을 보니 온라인 소통 활성화가 있던데 성과가 좀 있나요?
“한인회장 되기 2년 전부터 내슈빌 한인 카톡방을 준비했어요. 취임 후 더욱 활성화해서 벌써 가입자가 219명입니다. 이 정도면 대단한 거예요. 여기서 소식도 나누고 정보도 나누고 있습니다.”

온라인 소통 활성화를 위해 유명 블로거(닉네임 ‘짭짤한 시인’) 박성춘 시인을 정보통신부장으로 영입한 신 회장은 “박 시인이 한인회에 큰 힘이 되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계획하거나 추진 중인 다른 일은 없나요?
“한인회를 비영리법인으로 살려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주 정부 지원금 확보와 기부자들의 세금 공제 혜택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거든요.”
단체를 운영하려면 늘 재원이 문제다. 테네시엔 LG 세탁기 공장과 한국타이어, 삼익악기 등 한국 기업들도 있지만 후원 요청엔 한계가 있다. 결국 개인 독지가들의 참여를 끌어내는게 관건이다. 하지만 기금관리나 행사 후원비 등의 사용처가 투명하지 못하면 그것도 어려워진다. 한인회 자금이 일부 임원들의 전유물처럼 전용되기도 했던 과거의 관행을 끊어보겠다는 것이 신 회장의 각오다.

- ESL 교사 출신이라 들었습니다. 영어를 잘 하시니 주류사회 쪽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겠군요.
“한인회장 맡기 전에도 한인사회가 주지사 등 지역 정치인과 교류하는데 힘을 보탰습니다. 그렇게 해야 한인 커뮤니티의 존재감도 커지는 거니까요. 개인적으로도 한국 문화와 한인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타인종 사회에 알리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 끝으로 타 지역 한인사회와 교류는 얼마나 하고 있나요? 조지아, 앨라배마, 테네시 등 동남부 지역은 서로들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한인회도 많고 연합회도 많던데.
“솔직히 활발한 교류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냥 모이는 것에만 의미를 두는 자리엔 나가고 싶지도 않고요. 내슈빌 한인 챙기는 것만으로도 저는 너무 바쁘거든요. 동남부한인회연합회라는 단체도 있는데 능력 있는 분들도 많고 활동도 활발하지만 역시 잘 못나갔습니다. 앞으로 취지가 좋고 의미가 있는 행사가 있다면 함께해야겠다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
테네시 출신으로 돌리 파튼(75)이라는 왕년의 인기 가수가 있다. 영화 ‘나인 투 파이브’ 주제곡으로도 익숙하지만 남다른 선행과 미담으로 전 미국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컨트리 가수다. 내슈빌에서 만난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돌리 파튼 이야기를 했다. 지난해엔 코로나 백신 개발 연구비로 100만 달러를 기부했는가 하면 산불이나 수재로 집 잃은 이재민들을 꾸준히 도왔다는 것이다. 어린이 독서 진작을 위해 31년째 무료로 책을 보내주는 ‘상상 도서관(Imagination Library)’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도 자랑스러워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아무나 선행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은 그가 나고 자란 곳의 분위기 영향이 컸을 터. 그게 바로 테네시의 풍토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서인지 내슈빌 한인 중에도 많은 분들이 보이지 않는 선행을 행하고 있다고 귀띔해 주었다.

주유소를 운영하며 남몰래 한인 돕기에 앞장서고 있는 현상원(76) 장로, 매릴랜드대학 교수이자 유명 과학자인 찰스 홍 박사의 어머니로 독거 노인들을 위한 통역 봉사에 열심인 홍광자(79) 권사, 4·19 국가 유공자로 표창까지 받고 시니어 섬김의 대명사로 활약해 온 전상의(83) 목사 등이 그런 분들이다. 기회가 되면 한 분 한 분 따로 이야기를 들어도 되겠다 싶어 수첩에 메모를 남겼다.

짧은 방문이었지만 이웃을 살피고, 공동체를 생각하고, 더불어 함께하고자 애쓰고 있는 내슈빌 한인사회를 조금이나마 체험한 것 같아서 애틀랜타로 돌아오는 내내 흐뭇했다.

▶신희경 회장은
1966년생.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영어교육과를 졸업했다. 캘리포니아주 기독교계 학교에 ESL 정교사로 선발돼 도미했으며 기숙학교 사업과 마약 중독자, 홈리스 등의 사회 적응을 돕는 그룹홈을 운영했다. 내슈빌에는 15년째 살고 있다. 미국 이름은 레베카. 김영배 조지아 해병전우회장이 남편이다.

▶테네시주는
조지아 북쪽에 접해 있는 동서로 긴 주(州,state)다. 노스캐롤라이나, 켄터키, 아칸소, 앨라배마 등 미국 50개 주 중에서 가장 많은 8개주와 주경(州境)을 맞대고 있다. 주도는 내슈빌. 애틀랜타에서 차로 4시간여 거리다. 최근 들어 하루 150여 채의 주택 매매 계약이 이뤄질 정도로 인구 유입이 급증하고 있다.
남서쪽 끝에 있는 멤피스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고향이자 테네시 최대 도시로 연중 관광객이 넘친다. 동쪽 내륙의 녹스빌과 조지아 접경의 채터누가도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거점도시들이다.
테네시는 앤드류라는 이름의 대통령 2명을 배출했다. 한 명은 7대 앤드류 잭슨(재임 1829~1837)이다. 독학으로 자수성가한 서민 출신으로 미국 대중 민주주의 시대를 열었다. 서부개척을 빌미로 아메리카 원주민 학살과 축출이라 흑역사도 갖고 있다. 또 한 명은 링컨 대통령의 암살로 대통령직을 승계한 앤드류 존슨(재임 1865~1869)이다. 남북전쟁 전후 남부에선 배신자로 몰리는 등 어려운 재임기간을 보낸 그는 역대 대통령 평가에서도 최하위 권에 머물고 있다.
2000년 미국 대선에서 총 득표수에 앞서고도 선거인단 확보에 뒤져 조지 W. 부시에게 뒤져 대통령 일보 직전에서 멈춘 엘 고어 전 부통령도 테네시 출신이다.



글·사진=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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