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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그 사람

-귀하는 절망을 어떻게 극복하는가?

“인간은 절망을 극복할 수 없다. 단지 절망을 넘어서 살아갈 수

있을 뿐이다.

신이 인간을 창조한 이후 신은 인간에게, 인간은 신에게 끊임없이



서로 절망해 온 관계가 아니었던가? 신이 우리를 포기하지 않았던

것처럼 우리도 그를 포기하지 않는다. 결코 절망에 굴하지 않는다.”*



냉정하게 객관적인 인터뷰를 해야 하는 자리. 노벨 평화상 수상자와의

단독 만남. 낯선 땅에서 절망의 소용돌이 속에 부대끼던 그 시절 나를

흔들었던 그의 말들. 그 말들은 글을 쓰기도 전 이미 내 앞에 드리워진

두레박이 되고 있었다.



그가 떠났다.** 그 뉴스에 숨이 막혔다. 30년도 더 전에 만났던 그 사람.

슬픔이 쏟아질 듯한 그 얼굴이 종일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그와의 만남. 그것은 단 한 번이었고 한 시간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두고두고 나를 울리는 감동이고 내가 받은 축복이었다.



히틀러가 만든 아우슈비츠의 광기 속에서 10대에 온 가족을 잃고

홀로 살아남았던 사람. 그 후 평생을 나치가 행한 유대인 학살의

증인으로, 인권운동가로, 작가로, 교수로 활동해 온 그를 나는 그

만남 후 멀리서만 바라보았다. 언젠가 그가 어떤 모임에 초대한 적이

있었지만 나가지 않았다. 내가 받은 첫 번의 감동, 그 응축된 충격을

오롯이 지키고 싶었다.



처음 만나 인사했을 때 금방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던 눈,

아니 그의 모든 세포는 아픔에 젖어 있어 손이 닿으면 그 아픔이

뚝뚝 떨어질 듯했던 사람, 1986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 엘리 위젤.



그가 수상자 발표 직후의 바쁜 스케줄 속에서 뉴욕의 조그만 소수계

신문기자인 나의 단독인터뷰 요청을 받아주었던 것은 내게 일어난

기적이었다.



그 후 나는 내 앞에 다가온 수많은 절망의 막다른 골목에서 그것을

넘어서는 용기를 찾고자 애써 왔다.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Elie Wiesel(1928-2016) 198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1986년 12월 31일 자 뉴욕중앙일보, 1987년 신년특집판 인터뷰

**2016년 7월 2일


성정숙 / 시인·롱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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