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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트] 드물지 않은 희귀질환

매년 2월 마지막 날은 희귀질환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과 이해를 높이고 환우들을 응원하기 위해 제정된 ‘세계 희귀질환의 날’이다. 4년마다 2월 마지막 날이 29일이 되는 희귀성 때문에 그렇게 상징적으로 정해졌다. 화이자제약 본사 근무 중 6년 이상을 희귀질환 글로벌 팀에서 일한 필자도 매해 2월에는 세계 희귀질환의 날을 기념하여 집중적으로 다양한 희귀질환 인지도 향상 및 대중 교육 캠페인을 주도했었다.

미국 희귀질환기구(National Organization for Rare Disease, NORD)에 따르면, 세계 3.5억명이, 미국에서만 인구 중 10명 중 1명꼴인 3000만명이 희귀질환을 앓고 있다고 한다. 희귀질환의 정의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는데 대체로 질병의 발생빈도가 매우 낮은 질환을 가리키며 미국의 경우, 총환자 수가 20만명 이하이거나 1500명 중 1명꼴로 유병률을 보이는 경우를 희귀질환으로 분류한다. 고셔병, 왜소증, 혈우병, 터너증후군, ALS 아이스 버킷 챌린지로 널리 알려진 루게릭병(근육 위축성 측삭경화증) 등을 포함하여 세계적으로 총 7000여 종류의 희귀질환이 있다. 그러나 그 중 약 5%의 질환만이 공식적으로 승인된 치료법이 있다고 하며 50% 이상의 환자가 어린아이이고 30%의 환자는 5살을 넘기지 못한다고 하니 참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각 질환별 총환자 수가 만성질환보다 상대적으로 매우 작다 보니, 진단 및 치료의 지식을 갖출 경험과 기회가 적어 전문 의료인력이 제한적이고 질환 경험과 지식이 보편화하지 않았으니 정확하게 희귀질환으로 진단을 받기까지 희귀질환자 한 명당 평균 7년간 5명 이상의 의사를 거치는 것이 현실이다. 진단이 늦어지면 그만큼 증상이 악화하고 치료가 어려워진다.

해당 희귀질환의 전문 진단 및 치료 인력의 부재, 희귀질환의 70~80%가 유전적인 원인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고비용의 생물학적 제제(Biologic products) 또는 유전자 치료제(Gene therapy products)가 주축을 이루는 현실, 극히 적은 수의 환자를 위한 치료제를 개발 생산 유통하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비용과 위험성. 환자 한 명을 치료하는데 많게는 수만에서 수십억 달러가 들어서, 환자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나라라도 해당 질환을 희귀질환으로 인정해 주지 않거나 국가 예산 부족으로 진단 및 치료비를 보조해 주지 못하면 희귀질환 치료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희귀 질환별 환자그룹은 종종 국경을 넘어 한 몸처럼 연결되어 있고 전문 의료진(유전 질환 컨설턴트, 의료진, 케어 매니저 등) 과의 관계도 더 특별하고 긴밀하다. 그 이유는 각각의 환자들이 서로의 치료 경험을 공유하는 데에서 나아가, 진단 및 치료제 초기 개발 단계부터 임상시험에 걸쳐 직접 참여하고 중장기적으로 정책 및 지원 향상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 1월,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미국 내 아시아·태평양계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 향상과 의료서비스 정책을 보다 개선하고자 희귀성 질환 소수계 연합(Rare Disease Diversity Coalition·RDDC)이 한국인의 주도로 출범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미국인 열명당 한명 꼴로 드물지 않게 만날 수 있는 희귀질환 환자들, 관심과 응원을 보여주어야 할 우리의 평범한 이웃이다.


류은주 / 전 화이자 글로벌 마케팅 디렉터, 한국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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