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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루시아 수녀님

루시아 수녀님은 파리 교외 수녀원에 살고 있었다. 자그마한 몸짓의 수녀님은 웃는 모습이 독특했다. 입을 크게 벌리고 웃음이 온 몸을 뚫고 나올 것처럼 시원하게 웃었다. 기분이 좋아지면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수녀님은 30대로 보였지만 20대 초반 유학생이있던 우리와 스스럼없이 친구가 되어 주었다. 대학동기인 우리 친구들은 일요일이면 파리 시내에 있는 성당에서 만났다. 루시아 수녀님도 성당으로 오셨다.

파리 시내에 있는 한인 성당은 계단을 몇 개 내려가 반 지하에 있는 작고 아늑한 곳이었다. 로마 시대 박해를 피해 미사 드렸던 은밀한 공간 같은 느낌이었다. 매주 50여명이 모여 미사를 드렸다. 미사는 파리에 유학 와 계신 신부님들이 주로 주관하셨고 가끔 이태리나 유럽 각지에서 휴가오신 신부님들이 집전할 때도 있었다.

루시아 수녀님은 벨기에에 본부를 두고 있는 수녀원 소속이었다. 한국에서 성심여대 의상학과를 졸업하고 수도자 옷을 만드는 일을 하다가 비교적 늦은 나이에 수녀원에 입회하여 파리로 오게 되었다고 했다.

미사가 끝나면 우리는 수녀님과 함께 공원에 가거나 친구들 집에 모였다. 수도원에서는 한국음식을 먹을 수 없었기 때문에 우리와 함께 있을 때는 한국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김밥도 만들고 배추를 구하기 힘들어 양배추로 김치도 만들었다.

수녀님과 우리 친구들은 수다를 떨며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수녀님은 어린아이처럼 웃으며 즐거워하였다. 수녀님은 일 주일 동안 못한 한국말을 다 쏟아 놓느라 말이 많아졌고 우리는 수녀님들의 세계가 궁금하여 질문을 쏟아 냈다. 5시가 되어 수녀님이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되면 우리 모두 아쉬워했다. 수녀님은 일요일 하루만 휴가를 나와 우리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어느 날 수녀님이 수녀원으로 우리 친구들을 초대해 주었다. 파리 교외의 한적한 마을이었다. 밖에서 보기에는 여느 조그만 가정 집 같았다. 벨기에 원장 수녀님과 다른 수녀님을 포함하여 다섯 분 정도 계시는 조그만 공동체였다. 수녀님 복장은 한국의 수녀님과 달랐다. 감색 재킷에 무릎까지 오는 스커트를 입고 머리에 베일을 썼다. 왼쪽 깃에는 수도회를 상징하는 배지를 달고 있었다. 베일만 없다면 직장에 다니는 정장 차림으로 보였다.

수녀님은 소박한 점심을 대접해 주었다. 식탁 위 바구니에는 사과 몇 알이 있었고 마른 빵 몇 조각과 치이즈, 물 한 잔이었다. 단출하지만 부족하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수녀원이나 피정 가서 먹는 음식은 늘 소박한데 모자라거나 초라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언제나 정갈하고 넉넉했다.

수녀님 방에는 일인용 나무 침대와 조그만 책상, 그 위에 스탠드와 십자고상이 있었다. 그리고 딱딱한 나무의자 하나가 전부였다. 군더더기 없는 검소한 살림이었다. 우리가 집에 올 때 수녀님은 책갈피에 넣어 말린 나뭇잎을 선물해 주었다. 도토리 같은 열매도 몇 알 주었다. 모두 수녀원 뒷마당에서 주은 ‘공짜’라고 했다. 돈이 있지도 않고 필요치도 않은 더할 수 없이 검박한 생활이었다. 돌아오는 길은 정갈한 곳에서 목욕을 하고 나온 기분이었다.

어느 해 수녀님과 우리친구들 세 명은 누루드로 성지순례를 떠났다. 3박 4일 일정이었다. 가난한 유학생인 우리에게 수녀원에서 비용을 도와주었다. 누르드는 프랑스 남서부 피렌체 산맥 북쪽에 있는 조그만 도시로 1852년 18차례에 걸쳐 성모 마리아가 소녀 ‘베르나테트’에게 발현한 곳이다. 성모님이 발현한 동굴에서 솟아난 기적의 샘물은 많은 환자를 치료하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전해진다.


박연실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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