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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歷知思志)] 부엉이

팩션극의 전성시대다.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는 조선 태종 시대를 배경으로 악령을 퇴치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태종과 세자들이 악령과의 싸움에 개입되고, 바티칸에서 파견한 구마 전문 가톨릭 신부가 등장하는 등 역사적 사실과는 부합하지 않는다.

다만 태종과 세종이 부엉이 울음소리에 대해 신경질적 반응을 보인 것은 맞다. ‘조선왕조실록’에서 부엉이가 등장하는 것은 77회인데 이 중 37회가 태종(10회), 세종(27회) 시대에 나왔다. 특히 태종 6년 8월에 집중되어 있는데, 태종은 궁을 옮기겠다고 토로하거나 제의를 지내기도 했다. 세종도 “부엉이가 울면 흉하다고 하였으니, 피해 있고자 한다”며 경기도 포천과 풍양에 머물 곳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와 관련해 민간에서는 태조의 계비 신덕왕후 강 씨와 연관이 있다는 설이 돌았다. ‘시경(詩經)’ ‘빈풍’의 내용 때문이다. ‘부엉이야, 부엉이야. 이미 내 새끼 잡아먹었으니 우리 집 허물지 말아다오. 알뜰살뜰 사랑하였는데 어린 자식 불쌍하다.’ 왕자의 난에서 이방원(태종)에게 두 아들(방번.방석)을 잃은 신덕왕후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하다.

태종 일가의 부엉이 ‘악연’은 3대째 와서 매듭을 지었다. 세종의 차남 세조도 즉위 후 ‘밤에 부엉이가 운다’는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는 부엉이가 울어도 아뢰지 말라”고 일축했다. 왕자의 난 이후에 태어난 그에겐 신경 쓰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유성운 / 한국 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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