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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가 있는 아침] 녹양이 천만사인들 - 이원익(1547∼1634)

녹양이 천만사인들
가는 춘풍 잡아매며
탐화봉접인들
지는 꽃을 어이하리
아무리 사랑이 중한들
가는 님을 잡으랴

-병와가곡집



나라 구한 위대한 반대

푸른 버들이 천만 올 실이라 해도 가는 봄바람을 매어둘 수 있겠는가? 꽃을 탐하는 벌과 나비라 해도 지는 꽃을 어찌하겠는가? 아무리 사랑이 깊다고 해도 가는 님을 잡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 흐르는 시간은 간절한 손길들이 아무리 많아도 막지 못하며, 벌과 나비가 아무리 원해도 지는 꽃은 어쩔 수 없다. 사람의 사랑도 그와 같아서 돌아선 님의 마음은 잡을 길 없다.

1597년 2월, 이순신이 한산 통제영에서 체포되어 한양으로 압송되었다. 장군을 죽이려 하는 선조의 의지는 확고했다. 그때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선 이가 영의정 겸 도체찰사 오리(梧里) 이원익이다. 전쟁을 총지휘하는 도체찰사가 “전하께서 신을 폐하지 못하시는 것처럼, 신 또한 전쟁 중에 삼도수군통제사인 이순신을 폐하지 못하옵니다”라고 간한 것이다. 이틀의 국문 끝에 장군은 목숨을 건지고 백의종군케 되었으니 청백리 오리 대감의 위대한 반대가 장군을 살리고 나라를 살린 것이다.

이 같은 일은 현대라 해도 다르지 않다. 때로 위대한 반대가 개인과 나라를 살리고, 비겁한 동조가 개인과 나라를 죽이기도 하는 것이다.


유자효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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