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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살때 '차별' 생각되면 '증거' 모아라

HUD 공정주택법으로 보호
체감 힘들지만 징후는 있어
민원으로 부족하면 소송도

부동산 시장 성수기인 4월은 공정주택의 달이다. 연방 도시주택개발부(HUD)는 주택시장에서 차별 철폐를 위해 직원들에 대한 교육과 시장 참여자에 대한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  [HUD 제공]

부동산 시장 성수기인 4월은 공정주택의 달이다. 연방 도시주택개발부(HUD)는 주택시장에서 차별 철폐를 위해 직원들에 대한 교육과 시장 참여자에 대한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 [HUD 제공]

10년 전 흑인 코미디언 조지 윌본은 시카고 브리지포트의 8000스퀘어피트 주택을 170만 달러에 구매하기로 했다. 그러나 최고 입찰가였음에도 불구하고 막판에 백인 셀러가 계약을 거절했다고 그는 주장했다. 윌본 부부는 주택도시개발부(HUD)에 민원을 제기했고 법원 기록에 따르면 셀러 측 에이전트는 셀러가 흑인 가족에게 집을 팔기를 원치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HUD는 공정주택법(Fair Housing Act)에 근거해 셀러와 에이전트, 브로커를 인종차별로 기소했고 결국 셀러는 철회를 조건으로 일정 금액을 윌본에서 지급한 뒤 소동은 마무리됐다. 윌본은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요즘 시대에 노골적인 인종주의라니 놀라울 따름이었다”고 한탄했다.

▶아시안 차별 금지

HUD의 마르시아 퍼지 장관은 지난 1월 청문회에서 흑인 등의 주택소유주 증가 속에서 차별 철폐를 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책 모기지 회사인 프레디맥과 패니매는 최근 애틀랜타에서 일어난 아시안 여성 총격 사망 사건 이후 성명을 내고 “차별과 공격의 피해에 노출된 아시안 아메리칸에 대해 비통한 심정”이라며 “아시안 커뮤니티와 함께할 것이며 모든 직원은 어떤 인종주의나 차별, 편견에 당당하게 맞설 것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차별을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전문가들은 낌새가 있다면 숨길 수 없는 증거를 찾으라고 조언했다. 집을 구경하려는데 일정을 연기한다거나, 특정 지역의 집들만 보여주려고 한다거나, 절차를 지연시켜 다른 바이어가 가로채는 경우 등이 해당한다.

두 번째는 본인 스스로 공정주택에 관한 연방 법과 로컬 규정을 숙지하고 차별이 발생할 경우 서류 등 입증할 자료를 챙겨 케이스를 강력하게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은 변호사나 주거 관련 비영리단체 등 전문 대리인을 고용해 해당 이슈를 검토하게 하고 본인을 대신해 협상하거나 다른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민원 증가

전국공정주택동맹(NHFA)에 따르면 2019년 HUD와 법무부에는 약 2만9000건의 주택 차별 관련 민원과 소송이 제기됐다. 이는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던 2018년에 비해 7% 감소한 것이다. 2019년 인종차별을 이유로 제기된 민원은 이 중 16.5%로 NHFA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설명했다. 모건 윌리엄스 사무총장은 “희생자들은 무기력함과 보복에 대한 공포를 느끼고 신고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차별 역시 교묘하게 이뤄져 잘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악의적인 모기지 렌더의 경우, 흑인 바이어에게 동일한 정보를 중복해서 요구했다. 흑인 바이어에게 특정 지역의 집만 보여준 경우도 있었다. HUD 등은 이런 차별에 대해 부동산 업계에 수차례 경고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그러나 당하는 입장에서는 진의를 판단하기 어렵다.

2019년 전국부동산협회(NAR) 보고서에 따르면 흑인 바이어의 13%가 소득대비부채(DTI) 비율을 이유로 모기지 승인을 거절당했다. 백인은 거절률이 5%였는데 DTI 비율이 문제가 된 경우는 이 중 3분의 1에 불과했다.

그래서 결과는? 지난해 3분기 기준 흑인 홈오너 비중은 전년 대비 4% 늘어난 46.5%지만, 백인은 76%를 기록했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백인 가정의 평균 자산이 17만 달러로 흑인이 10배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렌트 편견

2012년 HUD 연구에 따르면 렌트 아파트를 구하는 흑인과 백인의 비교에서 흑인이 백인보다 11.4% 적은 임대 정보를 얻었고, 4.2% 적은 아파트를 살펴본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사렐 하인스는 워싱턴 DC에서 ‘섹션 8’ 바우처를 사용하려다가 아파트 렌트를 거절당했다. ‘어반 인스티튜트’의 솔로몬 그린 수석 펠로우는 “바우처 사용자에 대한 차별은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직설적으로 신청하지 못 하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소득원에 대한 차별이고 통계적으로 인종차별적 성격을 띤다”고 지적했다.

공정주택법 상 소득원에 대한 차별은 보호받지 못하고 대신 로컬 규정에 따른다. 캘리포니아는 주법에 의해 랜드로드 등이 렌터의 장애, 종교, 민족성, 성 정체성, 인종, 결혼 여부, 혈통, 소득원에 대해 차별하는 것을 불법으로 취급한다.

▶차별 인식

통상적으로 다음과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면 차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전화를 받지 않거나 이메일 회신이 안 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특정 지역의 집이나 아파트만 보여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에게 집이 팔리거나 임대가 될 때까지 동일한 정보를 연달아 요구하거나 추가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차별을 의심해 봐야 한다. 분명히 매물로 나온 집인데 아니라는 대답을 들어도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 HUD는 다음과 같은 행동을 위법으로 규정했다. ▶주택임대나 매매를 거절할 때 ▶다른 조항, 조건 또는 특전을 제시할 때 ▶선호하는 대상을 상대로 광고할 때 ▶모기지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거절하거나, 다른 조건을 부과할 때 ▶재산 보험을 거절할 때 ▶재산 감정을 차별적으로 할 때 ▶장애인이 거주할 수 있는 합리적인 요구를 거절할 때 ▶접근 가능한 방법으로 주택을 설계 또는 건축하는 것을 거절할 때 등이다.

차별이 의심되면 당사자는 변호사나 법률 전문가 또는 지역 공정주택 지원기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이후 가장 평화로운 해결법은 대화를 통해 문제 또는 오해를 푸는 것이다.

▶민원 제기

불만족스럽다면 정식으로 민원을 제기해야 한다. 민원은 HUD나 가주공정근로주택국(DFEH)에 모두 제기할 수 있다. HUD는 웹사이트(www.hud.gov/program_offices/fair_housing_equal_opp/online-complaint)에 온라인, 이메일, 전화(800-669-9777), 우편을 통한 민원 제기 방법이 안내돼 있다. 특히 한국어로 된 안내문도 제공한다.

DFEH는 웹사이트(www.dfeh.ca.gov/complaintprocess)를 통해 진행할 수 있고 전화(800-884-1684)도 가능하다.

제기된 민원으로 부족하고 정도가 심한 경우는 소송도 방법이다. 상대가 은행이나 기업형 랜드로드라면 대형 로펌을 앞세워 대응하는데 변호사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경우 경험과 조직을 갖춘 공정주택 법률 지원 단체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섹션 8 바우처를 거절당한 하인스도 지역 지원단체에 도움을 요청했고 어렵지 않게 문제를 해결했다.

전문가들은 휴대폰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 등 차별 의심을 물증으로 증명할 수 있는 어떤 것이라도 모아서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원은 정식 사과부터 물질적인 보상까지 수개월이 소요되고 소송은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류정일 기자 ryu.jeongi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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