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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성 중독’ 변명이 불편한 이유

애틀랜타 마사지 업소 총격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 째. 참혹했던 사건은 연일 미디어에서 다양한 각도로 조명되고 있다.

경찰은 피의자 로버트 에런 롱(21)의 범행 동기로 ‘성 중독’을 언급했다. 피의자는 성적 문제가 있었고 유혹을 제거하기 위해 마사지 업소에 총격을 가했다는 게 경찰의 초동 수사 결과였다.

여론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숨진 피해자 8명 중 6명이 아시안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아시안’ 혹은 ‘여성’이라는 뚜렷한 피해자 양상에도 경찰은 ‘증오범죄’ 혐의 적용에 거리를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증오범죄의 본질을 성 중독으로 가리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더구나 성 중독은 범행 동기로 인정될 수 있는 정신적 질환이 아니다.

소위 ‘중독’은 어떤 약물이나 행동, 활동이 특정한 뇌의 수용체를 자극해 반응을 일으키는 정도에 따라 규정된다고 컬럼비아 대학교 지브 코언 정신의학 조교수는 설명했다. 이 같은 중독의 신경생물학적 증거는 도박, 약물, 알코올 섭취 등을 한 사람에게서 관찰되지만 음란물 중독자로 판정된 사람에게서는 대체로 발견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즉, 범행의 동기로 규정될 수 있는 정신장애가 아니라는 뜻이다.

미국정신의학협회에서도 성 중독을 정신질환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이런 이유에도 경찰은 롱의 범행 동기가 성 중독이라는 초창기 판단을 바꾸지 않았다.

분노해야 할 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피해 업소가 모두 아시안 마사지 업소인데도 피의자의 범행에 성 중독이라는 명목을 붙이는 데 경찰은 아무런 부가 설명을 하지 않았다.

피해 업소들은 퇴폐업소가 아닌 일반 마사지 업소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경찰은 피의자가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거나 모든 아시안 마사지 업소가 퇴폐업소일 것이라는 피의자의 고정관념이 있었다는 설명을 하지 않았다.

한 인터넷 매체는 “일반적인 스파와 성 중독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으레 퇴폐업소일 것이라 여긴 경찰의 고정관념도 작용한 것이다.

만약 초동 수사 당시 퇴폐업소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면, 아닌 것이 확인된 이후 범행의 성격에 대한 판단을 재고해야 하지만 경찰은 그러지 않았다.

범행 동기에 성 중독은 쉽게 납득하면서 ‘증오심’에 비롯됐다는 것에 대해서는 주저하는 경찰의 대응은 대중을 더욱 분노하게 한다. 꼭 증오의 대상이 특정 ‘인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여성’도 될 수 있다.

피의자의 성 중독 주장을 인정하더라도 그 화살이 성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안 여성 작가 트레이시 쿠안은 LA타임스 기고에서 이번 사건이 증오범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종화된 감정이 성적 집착보다 금기시되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며 증오범죄 혐의 적용에 미온적 반응을 보이는 경찰들을 비난했다.

이번 사건은 피의자가 성적 문제로 인한 온전치 못한 정신으로 저지른 우발적 범행이 아니다. 피해자의 피격 부위가 대부분 머리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그 대상이 인종이든 성별이든 범행의 타겟은 분명했다. 범행 원인에 ‘성 중독’이 영향을 끼쳤을지언정 그 동기에는 본인의 취약성으로 비롯된 특정 대상을 향한 증오가 작용했다.

이번 사건은 명백한 증오범죄다.


장수아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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