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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톰 라본지 핫도그’로 돌아온 시의원

코로나19가 시작된 후 1년이 지났다. 팬데믹으로 많은 변화를 경험했지만 가장 큰 것은 죽음을 대하는 감정이다.

매일 코로나 사망자 숫자가 발표되고 있다. 주변에 알고 있던 사람들도 세상을 떠났다. 처음엔 이름만 들어도 놀랍고 오래 슬퍼했지만 점차 헤어짐에 담담해진다. 그리고 곧 바쁜 생활 속으로 돌아가고 기억과 감정은 잊혀진다.

그래도 기억이 오래 남는 사람이 있다. 그 중의 한 명이 바로 LA한인타운을 관할하는 LA시 4지역구의 시의원이었던 톰 라본지 전 시의원이다. 지난 1월 7일 심장마비로 별세한 라본지 전 시의원은 그날도 평소처럼 하이킹을 다녀오고 늘 먹는 도넛과 커피를 먹고 잠깐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지 못했다고 측근들은 말했다.

정치인으로 은퇴한 지 7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이름만 들어도 오래된 친구같은 느낌이 드는 건 라본지 시의원의 활발했던 한인커뮤니티와의 관계 때문이다. 새벽마다 그리피스파크에 하이킹을 다니는 한인들이 라본지 전 시의원을 만났다며 함께 사진을 찍거나 인사했다는 이야기는 너무 흔하다. 2001년부터 2015년까지 무려 14년 동안 시의원으로 활동한 그는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치어리더’ 또는 ‘부스터(booster)’로 불렸다.



한인들에게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큰 목소리와 악수다. 한인커뮤니티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초대를 받으면 그는 일찌감치 나타나 큰 목소리로 “반갑습니다, 친구”를 외치고 주위 사람들에게 먼저 악수를 청했다.

라본지 전 의원은 보좌관 출신이었다. 그래서인지 보좌관의 위치와 역할이 시 정책에 영향을 준다는 걸 잘 알았다. 시의원이 되어 한인커뮤니티를 찾았을 때 그는 한인 보좌관 채용을 약속했고 1명도 아닌 2명의 한인 2세를 채용하며 다인종 커뮤니티를 포용하는 정책을 펼쳤다.

한인들이 그리피스파크를 자주 찾는 걸 알고 ‘LA의 남산’이라며 한인 비영리 단체들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한 그는 한인 커뮤니티의 숙원 사업이었던 타운 내 경찰서 유치를 위해 가장 먼저 지지를 보낸 시의원이기도 하다. 그외에도 다양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그는 한인 커뮤니티의 편에 섰고 의견을 들었다.

라본지 전 시의원과 함께 오랫동안 일했던 김영지 전 보좌관은 “라본지 시의원은 한인 커뮤니티의 친구가 되고 싶어했다. 무슨 일이 있다면 앞장서겠다는 말을 항상 했다”고 그의 빈자리를 아쉬워했다.

그의 이름이 잊혀지는 게 아쉽게 느껴질 때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한인들에게도 익숙한 핑크스 핫도그에서 출시하는 새 메뉴 이름에 그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미스터 로스앤젤레스 톰 라본지 핫도그’는 광택나는 폴시 소세지에 다진 양파와 버섯, 베이컨, 나초 치즈가 푸짐하게 나온다.

가족들에 따르면 핑크스 핫도그는 생전에 즐겨 먹던 곳이다. 일주일에 적어도 2번은 방문해 핫도그를 먹으면서 손님들에게 말을 걸고 시정에 대한 의견이나 건의사항을 들었다고 했다. 그런 그의 LA시에 대한 사랑과 마음을 기리기 위해 핑크스 핫도그가 특별 메뉴를 만든 것이다.

‘미스터 로스앤젤레스 탐 라본지 핫도그’ 출시 날, 가족, 친지들과 오랜 친구인 제브 야로슬라브스키 전 LA카운티 수퍼바이저까지 핑크스핫도그를 방문해 메뉴를 즐겼다. “자신의 이름을 딴 핫도그가 나왔다는 걸 알면 엄청 기뻐할 것”이라는 가족들 이야기를 들으니 새삼 그가 얼마나 격의없이 사람들과 지냈는지 실감난다.

라본지 시의원의 명복을 빈다.


장연화 / 사회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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