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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이 봄! 눈이 부시다

따스한 햇볕이 겨울을 벗긴다. 어둡고도 길었던, 깊고도 암울했던 겨울이 꼬리를 내린다. 프라하에도 봄은 왔고 빼앗긴 들에도 봄이 왔듯이 이 찬란한 봄은 태연하게 우리 곁에 와 있다.

지난해 3월 6일 첫 코로나19 환자가 우리 중환자실에 입원한 이후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형이지만 새로운 환자는 거의 없다. 병원 당국에서는 일 주년을 기념하는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기적의 백신과 절실한 시민의식으로 어둠 끝의 빛이 보인다. 그토록 기다리고 고대했던 이 희망의 빛이 3월의 미풍과 더불어 왔기에 더욱 가슴이 부푼다. 우리 병원에서도 코로나와 관련된 물자들을 스미소니언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이제 코로나 사태는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록될 것이고 우리는 모두 그 현장에 있었던 증인들이다.

코로나와 상관없이도 3월은 희망의 달이다. 춥고도 매서운 칼바람에 모든 것을 꽁꽁 싸매는 작업을 멈추고 창문을 활짝 열고 구겨진 마음을 맘껏 펴보자. 달콤한 봄을 깊이 들이마셔 보자. 특히 지난겨울은 참혹하리만치 추웠고 코로나는 우리의 숨통을 조여 왔다. 우리가 사는 지구 어딘가에서는 잊지 않고 땅이 흔들리고 화산이 폭발하고 산불이 나고 수해를 입었다. 우리네 삶은 비참했고 잔인했다. 이 많은 자연재해의 지속성에 세상은 멈춘 듯했고 생에 균열이 올 무렵 잊고 살았던 이 향긋한 봄 내음은 나를 깨운다.

그동안 세상이 멈추고 시간이 멈추고 모든 것이 멈추었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은 흘렀고 계절도 바뀌었다. 봄과 함께 다시 태어나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삶이 계속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겨울이 깊고 길었기에 봄이 더욱 힘차게 달려오는 소리를 온몸으로 듣는다.



지난해 2월 태어난 외손녀가 지난 일 년 사이에 훌쩍 커서 이제 걸음마를 한다. 코로나로 그동안 몇 번 창가에서 아니면 야외에서 본 것이 전부다. 봄볕이 땅속에서 수선화를 들어 올리고 봄비가 개나리꽃을 토해내듯 우리도 그동안 긴 겨울잠에 빠져 있던 절망을 기쁨으로 노래해 보자. 땅속에서 지쳐 늘어진 꿈을 깨워보자. 노랑과 연두를 휘휘 저어 분홍을 만들어보자. 봄이 익어 가면 세상은 벌써 푸르러지고 오색찬란해진다. 그동안 참고 견디고 피우지 못한 당신의 아픔을 찬란하게 펼쳐보자. 삶의 멋진 연금술사가 되어보자.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어서 아름다움을 발광하는 생명의 신비를 찾아보자. 사무엘 율만은 ‘청춘’이라는 시에서 ‘젊음은 인생의 한 시기가 아니요 마음의 상태이다 - 나이를 먹는다고 늙는 것은 아니다. 이상을 버릴 때 우리는 늙는다. -’ 라고 했다. 젊음이 항상 부러운 것도 나이 들어감이 항상 서글픈 것만은 아니다. 항상 젊은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젊음 자체의 아름다움, 활력, 용기가 부러울 때도 잦다. 하지만 그들 또한 질풍노도의 시대를 거치며 방황하고 길을 잃고 넘어지기도 한다.

삶의 연륜과 이해, 사랑이 그들에게 필요하다. 삶의 그 어떤 위치에 있든 그 자리에 맞는 그리고 어울리는 품격이 있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걸맞은 꿈을 갖고 열정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삶이 아름답지 않을까. 누구에게나 희망을 주는 3월이다. 희망은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이다. 슬픔을 알기에 기쁨을 즐기고 죽음이 있기에 생명의 귀함을 안다. 지난 일 년 동안 숨죽이며 살아온 우리이기에 올봄의 향기는 더욱 달콤하다.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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