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봄의 소리
계절을 부르는 새소리 들린다목련 꽃눈의 푸른 기운을 어떻게 알아차렸을까
한여름 무성한 잎 사이에서 들리던 얼굴 없는 너의 목소리
네가 앉았다 간 빈자리에는
아마도 푸른 빛이 돋았겠지
세월의 그리움 들이 한곳에 모이면
나무로 자랄 수 있을까
너의 소리 매단 가지 꽃피우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며
탐스러운 열매도 열릴 것이다
길가는 행인들 눈 휘둥그레 네 소리 귀담아들으며
멀어져가는 레일 위 기차들 누군가는 복종을 누군가는
시간의 상실을 떠올릴 것이다
너의 목소리를 나에게 보내고
나의 목소리를 너에게 보내자
우리는 한목소리를 낼 수 있을 거야
사계절 너를 옥죄는 바람
바람에 절여지는 너의 목소리
자연의 변화가 곧 우리의 변화인 것을
창 너머로 목을 길게 빼어 너를 찾는다
두 귀 안에 가둬지는 치열한 소리들
정숙자 / 시인·아스토리아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