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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학교 폭력의 그늘

모니카 류 / 종양방사선학 전문의·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

벼르고 벼르던 사진 정리를 시작했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쌓인 사진들이 많다. 쓸모없는 사진들이 30% 이상일 것이다. 사진을 들여다보다가 ‘이 사람은 누구지?’ 하고 묻고 있는 나를 본다. 어이가 없다.

스냅 사진들은 계획하고 찍지 않았지만 의외로 행복한 표정을 품고 있는 모습들이 많다. 반면 단체 인증사진은 정중한 모습이 대부분이다. 의과대학 시절 과학관 앞에서 찍은 흑백 단체 사진 속의 우리가 그렇다. 아무도 웃지 않고 있다. 모두 불행했던 모양이다. 그중 이미 과학계 학부를 졸업하고 의사가 되기 위해 우리 클래스에 합류했던 한 선배의 모습에 눈이 많이 간다. 사진 속 창백해 보이는 그 선배는 먼 곳을 보고 있다.

그 선배는 나를 의대 시절로 데리고 간다. 거의 매일 시험이 있었다. 그중 스트레스의 극치를 이루는 시험은 1분 안에 답을 써야 하는 ‘땡 시험’이다. 1분마다 ‘땡!’ 하고 종이 울리게 되어 있고, 학생들은 재빨리 한 스테이션을 떠나 다음 스테이션에 도달한 후, 스페시멘을 들여다보고 답을 작성해야 하는 시험이었다.

시험 스트레스 뿐 아니라 의대생들은 막대한 양의 전문 지식을 소화하고 숙지해야 하는 또 다른 형태의 스트레스를 해결해야 했다. 고달픈 나날이었다. 누구도 의사 면허증을 받을 때까지 그 운명에서 해방될 수는 없었다.



이 과정을 의대생들이 잘 거치도록 교수들이 용기를 주거나 또 효과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서 도와줄 수도 있었을 터인데 그렇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면 어떤 교수는 여러 학생을 또는 한 학생을 지속적으로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 언어폭력(verbal abuse)이었다. 사진 속 그 선배가 피해자 중의 하나였다. 동급생들은 모두 연하이고, 친절한 말 한마디 해 주는 친구도 없이 힘든 길을 가고 있었을 게다. 그 선배에게 신경을 써 주지 못한 점에 대해서 정말 아플 만큼 죄송한 마음이다. 따듯한 한마디가 큰 힘이 되었을 터인데… 우리 동급생들은 의도적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방관자였다.

학교폭력이란 폭행, 감금, 협박, 범행, 피해자 만들기, 학교 안팎에서 괴롭히기, 인터넷을 이용한 괴롭힘, 공갈, 마약 사용 강요 등으로 구분된다. ‘2019년 학교범죄와 안전에 대한 척도’라는 리포트에는 초등학생부터 고교생을 포함한 1000명 중 33명이 피해를 당해 전체 피해자는 140만 명에 달한다. 2017년과 2018년 사이에 학교폭력으로 인한 사망자는 42명이다. 이중 67%가 살해고 30%가 자살이다.

학교 왕따가 가정환경이나 가정교육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학설이 많았다. 대만의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을 관찰한 결과 보고에 따르면 이런 추측은 증명되지 않았다. 그리스 대학생 175명을 연구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 중독자, 신경성 장애자, 외로움을 잘 타거나 걱정과 적대심이 많은 성격 소유자들이 사이버 범죄 가해자나 피해자가 되기 쉽다.

학교 폭력 피해 학생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타격은 자괴감이다. 학교 폭력으로 생긴 정신적인 문제는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예방이 중요하다. 어렵지만 근절할 수 있게 다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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