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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과 혼란의 시간 "이제 최악은 지났다"

2020년 3월19일 '대피령'
감염·사망자 급증 공포
백신 공급 일상 되찾아가

자택격리 행정명령이 내려지기 이틀 전인 지난 2020년 3월 17일 한인타운의 랄프스 마켓 계산대 앞에 길게 늘어선 줄. 당시 사재기 열풍으로 휴지, 페이퍼 타올 등 일부 생필품들의 품귀현상이 발생했다. 김상진 기자

자택격리 행정명령이 내려지기 이틀 전인 지난 2020년 3월 17일 한인타운의 랄프스 마켓 계산대 앞에 길게 늘어선 줄. 당시 사재기 열풍으로 휴지, 페이퍼 타올 등 일부 생필품들의 품귀현상이 발생했다. 김상진 기자

1년 전 오늘이었다. 모든 게 멈춰섰다. 2020년 3월19일, 가주 정부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우려 ‘자택 대피령(Stay at Home)’을 발동했다. 이날 LA카운티와 LA시 등 남가주 로컬정부들도 잇따라 같은 내용의 행정명령(Safer at Home)을 발표했다.

LA 거리는 순식간에 적막해졌다. 한인 업소들도 문을 닫았고, 한인 교회들은 실내 예배를 중단했다. 사상 초유의 사태였다. 대피령의 명칭조차 생소했다. 당시만 해도 행정명령에서 제외되는 ‘필수(essential)’ 업종 기준도 명확하지 않았다. 적막과 혼란이 가득했다.

당시 본지에도 "아예 외출 자체를 못하는 것인가" "산책은 된다는데 낚시는 가능한가" "우버(Uber)는 운행을 하느냐" "데이케어는 문을 닫아야 하는가" "마켓이나 음식 투고는 가능한가" 등의 문의가 이어졌다.

코로나19는 가족도 갈라 놓았다. 행정명령 발동 직후 한인타운 8가와 파크뷰 스트리트 인근 그랜드파크 재활양로병원에 긴급 공지문이 붙었다. ‘어떤 방문도 허락하지 않는다. 가족과 영상통화만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입구에는 부모를 만나지 못한 채 우두커니 서있는 한인들이 보였다.

이미 경고음은 있었다. 워싱턴 주에서 미국 내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2020년 1월21일)한 일주일 후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공식 선포했다. 한달 뒤(2020년 2월26일)에는 급기야 워싱턴 주에서 코로나 첫 사망자가 나왔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국가비상사태를 선포(2020년 3월13일)했지만 확진자는 전국으로 확산됐다.

뉴욕 증시는 대폭락을 거듭했다. 다우 지수는 2만 선 아래로 붕괴됐다. 1987년 블랙 먼데이 이후 최대 낙폭이었다. 거래가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다.

본지도 시시각각 쏟아지는 코로나19 관련 소식에 보도 초점을 맞췄다. 코로나19 보도가 시작된 2020년1월부터 2021년 2월까지 13개월 간을 분석한 결과 총 8284건의 코로나 관련 기사가 게재됐다. 월평균 630건이 넘는 코로나19 기사가 생산된 셈이다. 사태의 심각성은 기사 건수와 정확히 비례한다. 지난해 1월(46건)과 2월(201건) 사이 코로나 보도 건수는 증가세를 보였다. 주 전역에 자택 대피령이 내려진 3월(849건)과 4월(974건)의 경우 코로나 관련 보도도 급증했다. 당시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 정부가 모든 입국자에 자가 격리 의무화(2020년 4월1일) 조치를 시직한 것도 이때다. 한국 방문 계획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한인들도 늘었다.

자택 대피령으로 실업급여 신청자는 무려 1000만 명까지 늘어났다. 바이러스는 순식간에 확산했다. 4월 말 전국적으로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100만명(사망자 5만 명)을 넘어섰다. 가주의 경우 행정 명령 만료일(2020년 5월15일)을 기점으로 조금씩 기지개를 펴는 듯 했다. 한인 교회들도 실내 예배 재개 시점을 저울질했다.

희망은 잠시였다. 재확산 사태가 불거지며 ‘제2의 파도’가 몰아쳤다. 가주 정부는 다시 한번 봉쇄령(2020년 7월13일)을 내렸다. 힘겹게 버티다가 겨우 문을 연 업주들이 망연자실하는 순간이었다. 주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도 곳곳에서 제기됐다. 하지만 안전을 위해 당국의 방역 지침을 철저히 따라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높았다.

문을 닫는 업소들이 속속 생겨났다. 유명 주류 식당은 물론 전원식당, 동일장, 베버리순두부 등 LA한인타운의 수십년 된 한식당마저 잇따라 폐업을 결정했다.

저마다 생존을 위한 방안을 강구했다. 애너하임 지역 정혜사(주지 석타 스님)는 팬데믹을 계기로 유튜브 채널을 개설, 온라인을 통해 불자들과 소통을 시작했다.

가주 내 41개 카운티에는 통금조치(2020년 11월21일)까지 내려졌다.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비필수 사업장 운영과 모임 중단이 골자였다.

어느새 마스크, 6피트 거리두기, 경기부양책, 야외 영업, 진단 검사, 변이 바이러스 등 코로나로 인한 용어들이 자연스레 인식 속으로 녹아들었다.

코로나 터널에 작은 빛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그즈음이다. 식품의약국(FDA)이 코로나 백신을 긴급 승인(2020년 12월18일)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3월17일 현재 전국의 누적 확진자는 2937만4758명이고, 53만4099명이 코로나로 목숨을 잃었다. 불과 1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그럼에도 분위기는 분명 달라졌다. 이젠 확진자 보다 백신 접종률이 더 관심사다.

가주는 최근 레드 등급으로 하향됐고, 이에 따라 실내 영업 완화 조지도 내렸다. 소셜미디어 등에는 ‘코로나 1년’의 분위기를 재미나게 풀어낸 그림이나 동영상, 각종 메시지들도 많아졌다.‘자택 태피령’ 1년이 지나며 냉랭했던 거리에 조금씩 행인들의 온기가 스미고 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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