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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원 누비며 짜릿한 도전…멋진 풍경은 보너스

‘스키 매니아’ 하기환 회장이 추전하는 ‘스키 투어’

유타 주 디어 밸리 스키장의 2BD(Two Black Diamond)슬로프에서 내려다본 전경. 모굴이 많고 그룸이 안 돼 있어 스키 타기가 쉽지 않다.[하기환 제공]

유타 주 디어 밸리 스키장의 2BD(Two Black Diamond)슬로프에서 내려다본 전경. 모굴이 많고 그룸이 안 돼 있어 스키 타기가 쉽지 않다.[하기환 제공]

유타 주 솔리튜트 스키장은 작지만 모굴이 많아 제일 좋았다. 스키협회 및 동우회 회원들과 함께 타니 더욱 즐거웠다.

유타 주 솔리튜트 스키장은 작지만 모굴이 많아 제일 좋았다. 스키협회 및 동우회 회원들과 함께 타니 더욱 즐거웠다.

하기환 한남체인 회장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스키 매니아다. 고희를 넘긴 요즘도 눈 소식만 들리면 스키장으로 향한다. LA한인회장, LA한인상공회의소 회장 등 주요 단체장을 지냈고 지금도 경영 일선에서 뛰고 있는 그의 에너지 넘치는 모습 뒤에는 이런 열정이 밑거름이 된 듯 싶다.

하 회장은 올해도 유럽으로, 유타 주 등으로 스키 투어를 다녀왔다. 전문가 못지 않은 그의 스키장 평가는 한인 스키 애호가들에게도 유익한 정보가 될 것 같아 지면에 소개한다. <편집자 주>

알프스 티켓 한장으로 다양하게 이용
눈·나무 많은 유타 주 명문 코스 즐비
몬태나 빅스카이 설질·난이도 뛰어나


나이가 일흔 셋인데 아직도 스키를 탄다고 하면 친지들은 나잇값 하라며 말린다. 스키를 즐기는 방법은 여러가지지만 나처럼 모굴(Mogul), 트리(Tree) 그리고 파우더(Powder) 스키만 찾아다니며 타는 것은 위험하고 힘이 많이 든다. 처음 스키를 배울 때 정리된(Groom) 곳은 재미가 없어 그쪽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팔순까진 계속 내 방식으로 스키를 즐기려 마음먹고 있다.



그 동안 두 번의 큰 사고가 있었다. 한번은 무릎뼈가 깨져 내려 앉았고 또 한 번은 발목뼈가 부러지고 여러 곳에 금이 갔다. 부러지고 금이 간 뼈를 플레이트와 나사로 고정해 지금은 다시 튼튼해진 것 같다.

스위스 세인트 모리츠에 눈이  많이 내려 파우더 스키를 즐길 수 있었다.

스위스 세인트 모리츠에 눈이 많이 내려 파우더 스키를 즐길 수 있었다.

워낙 스키를 좋아하다 보니 스키장으로 유명한 콜로라도, 유타, 캐나다에 일주일씩 타임셰어 콘도를 구입해 정기적으로 다닌다. 스키시즌이 되면 4번째 주는 콜로라도 주 스키장(베일, 비버크릭, 아스펜, 스노메스, 스팀보트, 키스톤)을 다니고 8번째 주는 유타 주 스키장(파크시티, 캐년, 디어밸리, 알타, 스노버드, 브라이톤, 솔리튜트)를 찾는다. 그리고 12번째 주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가까운 스키장(휘슬러 블랙콤)을 일주일씩 다닌다. 스키장도 골프장과 같아서 같은 곳에서만 타면 지루하고 재미도 없다.

연초에는 유럽 스키장으로 원정을 간다. 대부분의 유럽 스키장은 한 번씩 다 가 본 것 같다. 알프스산에는 정말 많은 스키장이 있어 스키어들은 꼭 한번 가 볼 만한 곳이다. 문제는 알프스산 지역이 워낙 넓고 방대해 모굴이 생기지 않고 트리 라인이 아래에만 있어 스키 타는 맛은 없고 단지 경치, 음식, 쇼핑 등을 즐기고 오기도 한다. 참고로 모굴은 한 장소를 여럿이 타면 자연적으로 생기는데 유럽 스키장은 사람 수에 비해 워낙 지역이 넓어 모굴이 거의 없다. 이탈리아 스키장 중 가장 큰 곳은 여러 스키장을 연결해 리프트만 수백개를 공유할 정도다. 아침에 출발해 큰 산을 한 바퀴 돌고 나면 오후 끝날 시간에 제자리로 돌아올 정도로 티켓 한장으로 여러 스키장을 이용하면서 알프스 산맥의 경치를 즐길 수 있게 돼 있다.

▶스키어들의 천국 유타

올해 유타 스키 여행은 지난달 19일 처음으로 자동차로 다녀 왔다. 집에서 아침 7시에 출발해 10시간 30분 정도 걸려 파크시티 스키장의 매리엇 콘도에 도착했다. 일주일 간 주변의 여러 스키장들을 섭렵하는 게 목표였다. LA에서 재미스키협회 및 동우회 회원 30여명이 동참했다. 회원들은 솔트레이크에 있는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첫날인 20일은 유타 주에서도 최고급 스키장으로 꼽히는 ‘불가인 디어 밸리’에 갔다. 이 곳은 오직 스키만 탈 수 있고 스노보드는 허용되지 않는다. 산은 크지 않고 리프트도 길지 않아 편리하다. 이 스키장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스타인 에릭슨이 개발한 것이다. 식당 및 화장실, 리프트 시설, 랏지 등 모든 부대시설도 최고급이다.

다음 날인 21일엔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가까운 알타와 스노버드로 향했다. 유타 주 스키장 가운데서도 가장 눈이 많이 내리고 수년 전에 옆 스키장과 연결해 한인들이 즐겨 찾는 맘모스 스키장보다 훨씬 큰 스키장이 됐다. 콜로라도와 유타 스키장이 좋은 이유는 나무들이 스키장 정상까지 꽉 차 있어 눈보라도 막아주고 중간에 트리 스키도 할 수 있는 등 여러 장점 때문이다.

22일은 파크시티에서 스키를 즐겼는데 수년 전 옆에 있던 캐년 스키장과 연결해 5000에이커가 넘는 대형 스키장이 됐다. 전 지역을 쉬지 않고 다녀도 하루엔 역부족이라 캐년쪽 위주로 많이 다녔고 파크시티는 마지막 날 타기로 했다.

23일은 유타에서 작은 규모에 속하는 브라이톤과 솔리튜트 스키장을 오전과 오후에 커버하기로 하고 부지런히 움직였다. 오랜만에 다시 찾았는데 놀랍게도 솔리튜트 스키장이 정말 내 스타일의 스키와 딱 맞는 곳이었다. 나무도 많고 모굴도 적당한 사이즈로 만들어져 너무 재미있게 즐겼다. 다음부터는 매년 꼭 방문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남은 이틀은 지난번에 제대로 커버하지 못한 스노버드와 파크시티 스키장 위주로 구석구석 다녔다.

나는 스키를 아침 일찍 시작하지 않는다. 10시 정도에 시작해 4시에 끝내고 중간에 점심 겸 1시간 쉬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아침엔 춥고 슬로프가 언 탓에 속도만 나 위험해 눈이 좀 녹기 시작할 때 시작하는 것이다.

▶아찔한 몬태나 ‘빅스카이’

26일에는 콘도에서 차로 5시간 이상 달려 아이다호 주의 명문 스키장 선밸리에 도착했다. 선밸리는 여름에는 세계 최고 부자들이 모여 경제 관련 세미나와 콘퍼런스를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워런 버핏, 빌 게이츠 등이 주관하고 이재용 삼성 부회장도 가끔 초대되는 행사다. 마을이 아주 아름답고 스키장 시설도 최고급이지만 설질이 좋지 않아 스키어들에게는 인기가 별로다. 혹시나 해서 다시 방문했지만 역시나 얼음 설질이고 눈이 엉망이라 하루만 타고 이튿날은 아침부터 몬태나 주에 있는 빅스카이 스키장으로 떠났다.

처음 가보는 스키장이라 기대가 컸다. 미국서 가장 큰 스키장이고 표고차도 4000피트가 넘는 대형 스키장이다. 맘모스 스키장이 3000에이커 크기인데 이 스키장은 거의 두 배인 5800에이커이다.

슬로프 지도를 보니 웬만큼 스키장이 어려워도 2BD(Two Black Diamond) 밖에 안 되는데 여기는 3BD(Three Black Diamond)가 곳곳에 많이 있다.

이틀을 타기로 하고 3박을 하는데 첫날 3BD 근처에 가보니 스키 슬로프가 장난이 아니고 경사도 30~40도가 되는 곳도 있다. 40도 경사는 서 있지 못하고 절벽에서 추락하는 기분으로 스키를 타야 할 정도로 급한 경사다. 여기로 올라가는 트램은 겨우 5명 정도 타는 소형인데 양쪽 끝에 하나씩만 마련돼 있어 한 시간 이상 기다려도 탈 수가 없어 도저히 시간상 안될 것 같아 포기했다. 사진을 보면 어느 정도 가파른지 상상이 갈 것이다.

그 옆의 리프트로 올라가는 3BD 슬로프가 있어 ‘꿩 아니면 닭’이라고 몇 차례 시도해 봤다. 슬로프 길이는 짧지만 급경사라 한번 미끄러지면 중간에 도저히 멈출 수 없는 슬로프다. 이럴 땐 무조건 슬로프에 몸을 던져서 턴을 하고 중간에 서지 말고 편한 경사까지 내려와서 위를 쳐다보든지 해야지 중간에 멈춰서 겁을 먹으면 심적으로 남은 슬로프를 내려오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일단 시작하면 몸을 슬로프에 맡기고 몸을 던져 슬로프를 공략하는 기분으로 타면 스키가 알아서 턴을 해준다. 겁이 나서 엉덩이를 뒤로 빼고 스키를 시작하면 결과는 앞, 뒤로도 못 가고 몸이 얼어붙어 정말 곤란한 지경이 된다.

빅스카이 스키장은 눈도 아주 좋았고 정말 즐겼다. 이 스키장 바로 옆에는 옐로스톤 클럽이라는 미국서 단 하나밖에 없는 프라이빗 스키장이 있다. 얼마 전에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방문했다고 하고 유명 프로풋볼 선수인 톰 브래디도 멤버라고 한다. 멤버가 되는 조건은 일단 스키장 지역에 대궐같은 집을 소유해야 한다. 회원이 되면 스키장 내 식당 및 모든 휴게소의 음식은 무조건 공짜로 먹을 수 있다. 큰딸 친구가 멤버라서 아는데 매년 내는 HOA(관리비)만 10만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크기도 상당히 커서 빅스카이의 반은 되는 것 같다. 회원제라 리프트 바로 옆에 보여도 들어가진 못했다.

빅스카이 스키장을 마지막으로 몬태나 주에서 LA로 돌아왔다. 1000마일이 넘는 거리다. 무리하고 싶지 않아 중간에 있는 유타 주의 필모어라는 소도시 모텔에서 1박하고 LA로 내려왔다.

집 도착 후 확인해 보니 운전한 거리가 자그마치 2800마일에 이른다. 당분간 이렇게 어려운 여행은 못 할 것 같다. 그래도 일주일 쉬고 다시 맘모스 스키장으로 2박 3일 떠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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