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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아버지의 마음을 알았습니다”

위장내과 전문의 현철수 박사 에세이
‘홉킨스로 문득 찾아오신 아버지’ 출간

“한인·한국인 정체성 확립에 도움 되길”
대학·연구 생활 통해 인사이트 제시

위장내과 전문의로 한국어판 건강의학 서적을 다수 출판한 현철수 박사가 이번에는 의학 서적이 아닌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단행본 ‘의학박사 현철수의 젊음의 시선을 사로잡는 발자취 - 홉킨스로 문득 찾아오신 아버지’(선우미디어, 2021·사진)를 출간했다.

그동안 한인들이 많이 앓는 위암과 B형 간염 등 간질환에 관해 뉴욕중앙일보에 꾸준히 칼럼을 기고해 온 현 박사는 “의학 관련 책이 아닌 개인적인 이야기를 책으로 낸 것은 처음”이라며 “지인들이 저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됐다며 격려해 주셔서 쑥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존스홉킨스 대학 4학년 때 뉴욕에 사시던 아버지가 아무 연락도 없이 학교로 불쑥 찾아와 “그냥 네 얼굴 보고 싶어 왔다”며, 점심 한끼 함께 나누고 곧장 돌아간 장면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그러나 흔히 보는 일상적인 회고록에 그치지 않는다.

‘그에게 이런 내면의 세계가 있었나, 놀랍다’는 동료 의사들, ‘해외에서 활약하는 의사들의 공부는 한국과 많이 다르다는 걸 알았다. 배운 게 많다’는 한국 의사들의 반응은 그의 책 속에서 펼쳐지는 끊임없는 연구 생활과 새로운 목표를 찾아 또 다른 대학 연구실을 찾아가는 그의 일관된 삶에 대한 찬사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의사들은 환자를 상대하며 치료하고 웰빙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똑같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선 ‘한국과 미국이 뭔가 차이가 난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우리가 코리안 아메리칸이라는 정체성과도 관련이 있어요. 한국과 달리 미국에 사는 한인들 입장에서는 의료 불균형 문제가 있는데, 이것이 내가 학자로서 끝까지 남지 않고 개업의로 나서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현 박사는 스토니브룩 대학병원과 윈스롭병원에서 근무할 때 한인 의사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한인 환자들이 위암과 B형 간염을 앓는 분들이 많고 또 너무 늦게 병원을 찾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테크놀로지와 사이언스로 최첨단화된 미국 의료 시스템 하에서 한인들의 건강이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에는 위암이나 간질환이 별로 없어요. 따라서 사회적으로 중요도가 덜하고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는 거죠. 반면 미국에 살고 있는 아시아계, 특히 한인과 중국계는 이런 질환을 많이 겪습니다. 그런데 의료 시스템은 대응할 준비가 안 돼 있죠. 이게 바로 사회적 의료 불균형입니다. 또 이번 팬데믹에서도 시골 지역이 타격이 더 컸는데, 의사들이 주로 대도시에 몰려 있으니까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이죠. 이런 불균형과 격차를 줄이는 것을 내 사명으로 삼고 19년간 몸담았던 대학 연구실을 떠나 한인 커뮤니티에 병원을 열고 개업의로 나섰던 겁니다.”

현 박사는 개업의로 나선 이래 한인 커뮤니티와 접촉을 늘리기 위해 코넬대(위장내과·간내과)에 적을 두고 있으면서도 뉴스레터 발간, 뉴욕한인봉사센터(KCS)·홀리네임병원 등과 협력하며 위암·B형 간염 예방 세미나 개최와 전문 진료센터 개설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2011년에는 재미한인의사회(KAMA) 회장을 역임했고 2012년부터는 세계한인의사회(WKMO) 초대 회장으로 활약했다. 2017년에는 뉴저지주의료감독위원회 멤버로 활동했고 이어 비영리기관인 바이러스간염연구센터를 설립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책을 한국에 있는 독자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책 제목을 ‘의학박사 현철수의 젊음의 시선을 사로잡는 발자취’라고 한 것도 그런 희망을 담은 것입니다. 내 생각에는 한국이 이곳 한인사회보다 더 글로벌 마인드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녀들을 세계 각국으로 유학 보내고 한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 진출할 때는 가장 중요한 것이 ‘코리안’이라는 정체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대만과 일본에서 중·고교 시절을 보내고 미국에서 대학과 연구 생활을 계속한 내가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 겪은 경험이 한국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책도 한국에서 출판하기로 한 것이죠. 원래 ‘재미의사 현철수’라고 했던 걸 ‘의학박사 현철수’로 바꾼 것도 이 책이 단순히 미국에 사는 의사의 이야기가 아니라 세계 일류를 향해 나아가는 글로벌 시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을 담겠다는 뜻에서였거든요.”

현 박사가 이번에 출간한 책에는 한 가지 더 특별한 사연이 있다. 뉴아이비리그로 불리는 리하이대학에서 인류학을 전공하고 컬럼비아대에서 MPH (Masters in Public Health) 공부를 마치고 사회인류학에서 의료인류학(Medical Anthropology)을 거쳐 의사의 꿈을 키우고 있는 딸 슬아씨가 그려준 삽화들이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책 원고가 한국과 미국 사이를 15번쯤 왔다갔다 할 때까지도 책에 그림을 그려줄 삽화가를 찾지 못해 애를 먹던 현 박사를 보고 슬아씨가 먼저 “내가 그려볼게”하고 나섰다는 것. 딸과 함께 책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너무 행복했다는 현 박사는 “아빠 잔소리를 들어가며 열심히 그림을 그려준 슬아가 고맙다”며 “아마 슬아도 나중에 나이가 들면 이때가 그리울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대에는 개인의 정체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어디서 왔고 나는 누구인가’ 하는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죠. ‘나의 주인’이 되어야 하는 인생에서 앞만 보고 달리느라 나이 마흔이 되어서야 ‘나는 뭔가’ 이런 회의가 생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나의 뿌리와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갖고 어떻게 세상과 소통할 것인지 깨우쳐야 하는 거죠. 이 모든 것이 정체성이 확실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렇게 보면 이 책은 나의 중·고교 시절, 대학 진학, 프로페셔널이 된 이후의 삶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하나의 사례로 읽힐 수 있으면 행복하겠습니다.”

스스로 세운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외길 인생을 걸어온 현 박사의 말이 묵직하게 가슴에 와닿는다.

현 박사의 신간 에세이 ‘홉킨스로 문득 찾아오신 아버지’는 현재 인터넷 서점은 물론 뉴욕·뉴저지 일원의 고려서적과 반디북에서도 판매 중이다.


김일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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