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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열며] 장미의 관계

지난 밸런타인데이에 나는 두 다발의 장미꽃을 선물 받았다. 사위와 아들에게서다. 사위는 몇 년째, 밸런타인데이에 내게 꽃과 초콜릿을 선물하곤 했다. TV에서 밸런타인데이에 대해 후끈 분위기를 띄우는 것을 보며 올해도 꽃 선물이 오려나 슬그머니 염치없는 기대를 하고 있긴 했다. 그런데 이번엔 기대하지 않았던 아들까지 꽃을 들고 와 “해피 밸런타인스 데이, 엄마!!”하며 사랑을 안겨 주었다. 아들은 원래 꽃 선물 같은 것은 낯부끄러워 못하는 성격인데, 요즈음 부쩍 잔병치레를 한 내가 걱정스러웠나 보다. 둘 다 그들 와이프의 코치에 의해서였을 것이라 충분히 짐작된다.〔〈【 아무튼, 이번 밸런타인데이는 나도 두 다발의 관심을 받은 기분 좋은 날이 되었다. 이 같은 날이 있게 한 성 발렌티노 신부에게 감사 인사라도 하고 싶다. 】〉〕

올해도 맨손인 남편은 내 잔칫상에 앉아 아이들이 가져온 음식을 먹으며, 어린 손녀들이 만들어 보낸 초콜릿을 듬뿍 입은 예쁜 딸기도 즐기고, 와인잔을 부딪혀 “위하여!!”를 염치도 없이 외친다. 유난히 눈이 많은 올겨울, 흰 눈 위에 핀 붉은 장미 송이가 찬 겨울을 녹이며 내게 또 하나의 행복한 다른 날을 만들어 주고 있다.

한국엔 무슨 ‘데이’라 이름 붙인 날이 많다 한다. 우리 자랄 때는 모르던 기념일들이다. 밸런타인데이의 유래는 아주 오래전, 3세기 고대 로마 시대부터라 한다. 황제의 허락 없이 병사의 결혼을 금하던 시절, 성 발렌티노 신부가 결혼을 간절히 원하는 젊은 병사의 청을 들어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려주고 결국 황제에게 발각되어 순교한 날이 2월 14일로 이날을 축일로 지키면서 밸런타인데이가 시작되었다 한다.

원래 사랑은 막아지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물에도 뛰어들고, 불에도 서슴없이 뛰어들게 하는 마법 같은 단어다. 그 당시, 로마의 황제에게는 병사는 하나의 군수품쯤으로 여겨졌던 모양이다. 그러나 사랑은 언제나 이기게 마련이다. 오늘날 그때의 밸런타인데이는 전 세계 사람들 누구나 마음에 담고 있는 사랑이나 고마움을 상대에게 표현하는 사랑 데이가 된 것이다.

사랑은 관계에서 시작된다 한다. 외로운 어린 왕자는 사막에서 사막여우를 만난다. 역시 외롭던 여우는 친구가 되고 싶으면 자신을 길들여 달라고 한다. 길들이며 서로를 알아가는 노력과 시간, 그것이 하나밖에 없는 존재의 관계를 만든다고 한다. 어린 왕자는 지구의 장미정원의 5000송이나 되는 화려한 장미꽃들 앞에 섰지만, 자신과는 아무 연관도 의미도 없는 꽃들이었다. 까다롭기는 하나 자신의 별에 두고 온 한 송이 장미가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꽃은 내가 물을 주고 바람막이로 보호해 주고, 불평하거나 자랑을 늘어놓아도 참고 들어주었던 내 꽃이니까…”라고 되뇐다. 자신의 별의 장미가 걱정된어린 왕자는 사막의 독뱀에 부탁해 스스로 죽음을 택하여 자기별의장미에게로 돌아간다.

우리는 이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 속에 산다. 그러나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잘난 그 어떤 사람도 아닌, 관계로 맺어진 인연이다. 고운 것뿐 아니라, 그의 흠까지도 내 것이라 받아 안아 준 관계… 그것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사막여우는 오늘도 금빛으로 익은 밀밭을 지나며, 황금빛 머리카락의 어린 왕자를 생각하며 행복해한다. 사랑하는 이들의 생각은 언제나 나의 장미, 내 것에 가 있게 마련인 것이다.


이경애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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