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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코로나 팬데믹과 '화양연화'

혼자 먹을 국수를 사러 가는 길인데도 참 우아하게 차려입었다. 옷차림만이 아니다. 국수 담을 통을 손에 들고 또각또각 계단을 내려가는 모습은 또 얼마나 우아한지. 20년 전 홍콩영화 ‘화양연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런 주인공 첸부인, 아니 이를 연기한 배우 장만위의 고혹적인 모습이 었다.

오랜만에 이 영화를 다시 봤다. 개봉 20주년을 기념해 지난 연말 리마스터링 버전이 새로 나온 덕분이다. 장만위는 기억대로인데, 그만 아니라 영화 전체가 빈틈없이 아름답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장만위·량차오웨이가 연기한 두 주인공은 각자의 배우자가 서로 불륜관계란 걸 알게 되고, 동병상련의 심경으로 만남을 이어간다. 왕자웨이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은 서로에 끌리면서도 결코 선을 넘으려 하지 않는 두 사람을 순간순간 시간을 멈추는 듯 매혹적으로 스크린에 새겨놓았다.

방탄소년단의 2015년 앨범 제목이기도 한 ‘화양연화’는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시기를 가리킨다. 어쩌면 이 영화 자체가 홍콩영화가 미학적으로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포착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아이러니하게도 ‘화양연화’가 나온 2000년은 홍콩영화의 화양연화가 저물 때였다. 그 황금기로 꼽히는 것은 80년대다. “홍콩영화는 점차 재미있으면서도 또한 고정관념을 뒤집는 것으로 정평이 나기 시작하였다…평론가들은 홍콩영화는 무모할 정도의 대담함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하곤 하였다” (‘홍콩영화 100년사’ 중에서)

그렇게 코미디·액션·무협 등 다종다양한 장르로 한국에도 인기를 누린 홍콩영화는 홍콩반환이 가시화된 90년대 중반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반면 한때 홍콩영화를 부러워했던 한국영화는 그 무렵 상승기에 들어섰다. 99년 ‘쉬리’의 흥행 성공부터 지난해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까지, 지난 20년은 눈부셨다. 한국영화의 화양연화라고 할만했다.

내리막은 급작스레 닥쳤다.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지난해 극장 관객 수는 전년 대비 4분의 1로 급감했다. 2000년대 중반에도 대작 영화의 연이은 흥행실패로 한국영화 위기론이 나온 적 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문제는 위기의 원인이 모두 코로나19로 치환되는 건 아니란 점이다. 한국영상자료원의 기획전시 ‘21세기 한국영화:웰메이드 영화의 시대’는 지난 20년의 성취에 곁들인 현재형 진단이 눈길을 끈다. “2000년대 초반의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제작 풍토는 사라져 갔다”며 “한국영화계는 조금 더 모험적일 필요가 있다”는 봉준호 감독의 말을 인용한다. 이는 아카데미 수상 이후 봉 감독이 지금 어느 신인 감독이 ‘기생충’이나 ‘플란다스의 개’(봉준호 데뷔작) 같은 시나리오를 쓰면 투자를 받을 수 있겠냐면서 했던 말이다.

과연 한국영화는 다시 대담한 모험을 할 수 있을까. 극장 관객 수의 회복 못지않게 중요한 질문이다.


이후남 / 한국 중앙일보 문화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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