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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매실꽃 유감

나의 집의 정원에는 사시사철 꽃이 핀다.
개나리로 봄을 열고 4월초에는 진달래가 뒷마당 언덕에서 보라색으로 부활절을 알린다. 자태도 곱게 수선화가 피고나면 5월에는 장미꽃으로 정열의 빨간색으로 물들인다.

장미하면 내가 대학 1학년 때 생텍쥐베리의 어린왕자를 교수님께서 불어 원어로 문학 강의하실 때 어린왕자와 장미가 서로 길들어 감에 따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둘 관계가 되어가는 작가의 문학관을 느끼게 했다.
또 장미하면 상징주의 시인 보들레르가 1857년 발표한 “악의꽃(Les Fleurs du Mal)”이 생각난다. 기존 낭만주의 시인들은 장미꽃을 아름답다고 표현했지만 갑자기 보들레르는 장미를 악의 근원이라고 시를 발표했다.
세상에서 선과 악이 교차하는 문학의 위대함을 깨우치는 장미의 표현들이다. 내 정원에 피는 장미꽃에 물과 거름을 줄 때마다 나는 그들과 대화하면서 때로는 노래하면서 우리의 소중한 관계를 엮어 가곤 한다. 수많은 아름다운 장미꽃이 피지만 내가 물주고 아끼는 나의 친구들이길래 더욱 소중히 키우고 있다.

6월에는 목련화가 우아하게 자태를 자랑하며 피아노 방안을 기웃거리면서 내 피아노 소리에 춤을 추곤 한다. 참고로 나는 매일 30분 이상 피아노 치면서 노래를 즐기곤 한다.


7월에는 백일홍(Crape Myrtle)의 하얀 꽃이 100일동안 아름다운 흰색의 자태를 자랑하며 은근히 피고 있다. 약 3달 동안 꽃이 피는데 은근하고 나무 줄기도 하얀 것이 이름 그대로 정원에서 왕자다운 기품을 지니고 있다.
늦가을이 되면 오른쪽 정원에 갈대밭이 제법 군락을 이루어 바람소리와 더불어 휘파람을 불곤한다. 10월에는 국화꽃이 한여름의 소낙비와 벼락을 이기고 소담히 피곤한다.

서정주 시인이 읊은 시처럼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속에서 또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의 시귀를 읊으면서 국화꽃과 대화 하곤 한다. 11월 국화가 지고 나면 삭막한 겨울에는 아름다운 흰색의 눈의 꽃이 소나무에 소복히 자태를 뽐내곤 한다.
이 자연의 신비한 조화를 하나님은 지금도 각 꽃나무에 물감을 뿌리듯 형형색색 위대한 창조의 역사를 이루고 계신다.
6년 전 매실이 몸에 좋다하여 2그루를 사다 옆 정원 사과 나무 옆에 심었다. 꽃도 아름답고 또 몸에 좋다는 매실을 담가서 건강에 도움이 되겠다고 꿈을 야무지게 꾸었다.

한 2년 동안은 꽃이 안피고 자라기만 하다가 드디어 3년차에 매실꽃이 피었다. 그런데 기후변화가 있어서 그런건지 12월달에 약 50도 넘는 이상기온에 매실꽃이 피기 시작하더니 약 5일 후 만개하였다.
다시 기온이 급강하, 30도로 떨어지니 결실도 보기 전에 낙화가 되었다. 기후 온난화가 이다지도 환경의 변화를 가져온 게 피부에 절실히 느끼곤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른 봄에 기온이 상승하여 매실 꽃이 피기 시작하였다. 아닌게 아니라 만개하기 전에 꽃샘추위에 아름다운 매실꽃이 낙화가 되어 정원에 누워 버렸다.

매실의 열매를 보는 것은 거의 포기하는 게 좋은 것 같다. 그저 매실꽃 피는 며칠이라도 흰색의 자태를 뽐내는 매실꽃을 감상하면서 즐겁게 새봄을 맞이하리라 다짐한다.


홍희경 / 전 워싱턴 평통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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