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트렌드터치] 고객충성도 대신 애착관계도

고객충성도가 사라진 시대
애착감정이 경쟁 우위 요소

브랜드 파워 가늠하는 새 잣대
독보적 고객경험을 창출해야

미국의 펫 스타트업 바크(Bark&Co)는 몇 년 전 뉴욕에 강아지 용품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강아지가 입장하면 강아지에게 매장 전용 조끼를 입혀주는데, 조끼에 부착된 RFID 태그가 강아지가 매장 내에서 노는 동안 가장 호기심을 보이며 잘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에 대한 정보를 행태 데이터로 알려주는 것이다. 사랑하는 반려동물의 무료함을 달래 줄 수 있는 최적의 장난감에 대한 정보를 얻은 집사는 즉석에서 모바일로 우리 강아지가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을 바로 구매해 집으로 배송받게 된다. 이 기억에 남는 경험은 강아지와 주인 모두에게 긍정적인 쇼핑 경험을 제공할 뿐 아니라 물 흐르듯 연결되는 후속 서비스를 지원함으로써 차별적 경험의 소비와 과시를 중요시하는 MZ세대들을 만족시키는 참신성을 인정받으며 기업가치를 견인시켰다.

우리는 서비스가 구매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험경제에 살고 있다. 경험경제란 경험이 비즈니스를 이끌고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를 뜻한다. 단순히 좋은 제품을 판매하는 것만으로도 고객충성도를 얻을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차별적이고 신박한 경험을 통한 점진적 관계형성으로 고객이 항상 떠올리거나 찾고 싶은 브랜드, ‘라이프 파트너’와 같은 포지션을 확립해야 한다.

바야흐로 지금은 고객충성도가 사라진 시대다. ‘고객충성도’라는 단어가 시대착오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많은 선택지에 둘러싸여 풍요로움 속에서 성장한 MZ세대들이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보다 개인이 취할 수 있는 실리적 이득과 순간효용성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손해를 최소화하고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는 영리한 소비자들은 금전적 이득뿐 아니라 심리적 만족감도 함께 계산한다. 마찰과 번거로움이 없는 심리스한 경험은 시간과 노력을 줄여줌으로써 만족감을 배가시킨다. 이러한 경험경제 시대를 맞아 그동안 측정되기 힘들었던 ‘만족감’이라는 비정형 데이터를 수치화·객관화·유형화하여 체계적으로 높여 나가는 것이 주요 과제가 되었다.

고객과 정서적 관계를 맺어야 경쟁 우위에 설 수 있는 관계가치의 시대, 소비자에게 충성도를 요구하기 이전에 친근한 관계를 맺으며 애착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는 사실을 간파한 듯 현재 성장 가도를 달리는 기업들은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CX)을 개선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느끼는지를 알아내는 게 관계맺기의 시작이며, 애착감정의 형성 여부가 성장의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고객경험은 직접경험·간접경험·가상경험까지 포함하는데, 특히 경험을 중시하는 실감세대라 불리는 MZ세대들에게 직접경험은 탐색경험·구매경험·사용경험은 물론 공유경험·재판매경험까지 점점 다양하게 세분화되고 있다. 어느 단계에서든 잘 기획된 고객경험은 애착감정 형성을 위한 훌륭한 트리거가 된다.



장기화되는 코로나 탓에 영화관을 가는 횟수는 현저히 줄었지만 영화 콘텐츠 산업 자체는 활황인 가운데 OTT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 판을 만든 장본인은 바로 넷플릭스다. 파괴적 혁신의 대명사가 된 넷플릭스를 이렇게 흥행시킨 몇 가지 성공 요인들 중 하나는 바로 ‘정주행(情走行)’ 문화다. 보고 싶은 드라마의 다음 편을 애타게 기다리게 하던 콘텐츠업계의 관습을 완전히 깨고, 모든 에피소드를 처음부터 통째로 공개한 혁신적인 행보는 몰아보기, 이어보기, 완주하기를 모두 합친 ‘정주행’(영어로 netflixing이라고 표현한다)이라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낳았다. 끊김 없이 원하는 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내가 원할 것 같은 콘텐츠를 족집게처럼 콕 집어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감각은 소비자로 하여금 애착감정을 만들어 주기에 충분하다. 한마디로 취향 저격, 큐레이션 기술은 지속성을 갖기 위한 전략이자 전술이다. 이는 양질의 경험데이터를 통해 고객 분석 솔루션을 개발하고 그로 인해 초개인화를 이뤄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경험은 감가상각이 없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관계가치를 돈독하게 쌓아 올릴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 경험은 그 자체로 스토리텔링이며 치밀하게 계산된 경험도, 예측하지 못한 우연도 모두 값지다. 독보적인 고객경험으로 변화무쌍한 디지털 라이프에 걸맞은 새로운 습관을 형성시킬 수 있는지, 이로 인해 애착감정을 만들어 주는지가 브랜드 파워를 가늠하는 새로운 잣대가 될 것이다.


이향은 / 성신여대 서비스·디자인공학과 교수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