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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모디슈머’와 라면 한 젓가락

찬물이냐 끓는 물이냐, 지난 2월 초 한국의 한 물리학자가 쏘아 올린 라면 조리법 논쟁의 핵심이다. 라면 회사 연구원들의 비교 분석 실험과 입장까지 나왔을 정도로 큰 ‘모디슈머’ 영향력을 보여주어 흥미로웠다.

모디슈머란 ‘Modify’와 ‘Consumer’의 합성어로 기존 제품을 자신의 취향대로 재창조하는 소비자들을 의미한다. 영화 ‘기생충’을 통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처럼 라면, 스낵, 드링크를 포함한 다양한 식품들을 개성 있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조리하는 모디슈머들.

이런 모디슈머 트렌드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모디슈머 마케팅, 나아가 제품의 개발 과정에도 참여시키는 팬슈머 마케팅은 이미 식품업계에 중요한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고 보면 우리 가족도 봉지 뒷면 권장 조리법을 따르지 않고 각자의 방법대로 라면을 끓여 먹으니 다 모디슈머들인 셈이다. 나는 황태 채와 파를 듬뿍 넣고 분말스프는 반만 넣고 쫄깃쫄깃하게 막 익은 라면을 즐긴다. 남편은 김훈 작가가 수필집 ‘라면을 끓이며’에서 소개한 대로 넉넉한 양의 물과 짧은 시간 센 불을 이용하는 작가의 조리법을 그대로 따라 만든 라면을, 아이들은 야채스프를 빼고 분말스프와 계란만 넣고 충분히 익힌 라면을 즐긴다.

라면은 중국의 납면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인스턴트 라면은 전쟁 직후 배고픈 서민들의 식량난 문제를 해결하고자 일본 기업 닛신이 1958년에 처음 소개했고 미국 사람들이 종이컵에 라면을 덜어 먹는 것에 착안해 70년대 초에 컵라면 형태로도 출시하게 됐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일본 라면보다 칼로리가 높고 양도 1.5배 많게 보강된 삼양라면이 1963년 첫선을 보였다.

그 후, 지난 50여년간 한국 라면은 유탕면, 건면, 생면, 봉지라면, 용기라면 등 다양한 제조법과 포장법을 총망라해 종류가 500여개가 넘을 정도로 성장했다.

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WINA) 발표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인 1인당 라면 소비량이 1년에 75개로 세계 1위라고 하니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한국인의 큰 라면 사랑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근대화 시대, 배고픈 서민들의 한 끼 식사 대용으로 탄생한 라면이 이제는 끼니 대용뿐 아니라 글로벌 시민들의 기호식품으로까지 발전했다.

얼마 전 발표된 한국 농림축산부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농식품 수출액은 역대 최고치인 75억7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7.7 늘었는데 글로벌 팬데믹 상황과 맞물려 가공식품, 그중에서도 특히 라면 수출이 29%의 큰 성장을 보였다고 한다.

누구나 손쉽게 구하고 조리할 수 있고 맛도 있는 장점 때문에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대표적인 글로벌 모디슈머 트렌드를 이끌어 온 라면이 김치, 비빔밥에 이어 K푸드의 효자 품목으로 성장한 것이다.

나도 일주일에 한 번은 라면을 먹는데 옆에 다른 누가 라면을 먹고 있으면 꼭 또 한 젓가락 뺏어 먹는다. 한 젓가락 뺏어 먹는 라면은 늘 어쩜 그리 맛있는지.

이번 주말엔 가족들과 눈 덮인 산에 하이킹 가기로 했다. 야외 피크닉 벤치에서 모디슈머 마케팅과 영화의 인기로 크게 성공하여 작년에 출시된 짜파구리 컵라면도 먹어 볼 생각이다. 살짝 추운 야외에서 운동 후 호록호록 라면 한 젓가락, 입 안에 벌써 침이 고인다.


류은주 / 전 화이자 글로벌 마케팅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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