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저녁 장례
피를 토하다 하혈하는 산단풍 나무 아래
명상의 관(棺)에 들어가 눕는다,
벗어버린 알몸의 부끄러운 몸뚱이
두고 가는 것 이리 서러워
건너가는 강에는 눈물이 넘친다.
하루 한 번
관(棺)속에 누워있다 걸어 나오는
살아서 죽는 장례식
가죽에 피와 물을 말려
무겁게 누웠더니
새털로 가볍게 일어서는구나
오늘, 어제의 추억도
내일의 준비도 아닌
오직, 마지막 날,
지금, 여기에 마음을 모으니
물 따르는 소리
졸고 있는 고양이
발톱 깎는 구부린 등
지천에 깔린 모든 것이
선물로 열리는 순간들
섭섭할 일도 없고
오이지에 찬밥 한 덩어리
동네 아이 몰고 가는
굴렁쇠 소리에도
찰나의 웃음꽃을 피우니
어떤 예행연습은
삶을 세우는
아침마다 관 속으로 들어가는
별난 여자의 장례식
곽애리 / 시인·뉴저지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