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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봄이 오는 아침에

음악이 없는 날

바람이 몹시 분다

모두 다 날아갈 것인가





흰 머리를 뜯어 한 올씩 겨울 등을 벗겨 내던

억새가 햇볕을 끌어안고 서서 견디는데

구토하는 바람은

어느 낯선 계절에서 멈춰 설 것인가



비를 맞는 바다는 알까

이 두려움의 깊이를

외로운 것이 물고 있는 재앙의 거리를



보이지 않아도 살아서 움직이는 것은

서야 할 곳을 누워서도 간다



그 무엇을 씻어 내어서 날마다 하얗게 되리라

기대하면서도

오늘이 아프다고 사나운 각을 세운다



그래서

흰 눈 속 더러운 것들은 늘 그대로이고

바람은 날마다 웃고 있다



저 바람 앞에서

무엇을 얼마나 더 미안해야 하나 몰라서

텍사스에 또 눈은 올 것이고

36도가 얼어서 피가 멈춰 서고

모든 것이 죽기까지



그대가 쉽게 버린 휴지 한장의 재앙에

나무의 넋은 우리를 두고 아프고

바람은 불지 않아도 그것을 기억한다



봄이 오는 아침에

바람이 모질게도 분다


손정아 / 시인·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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