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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고마운 백신

“백신 확보가 충분하다기에
천천히 맞으면 되지 생각했다
하지만 주위 많은 사람들의
접종 소식에 마음은 불안해졌다”

오늘은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날이다. 아침부터 두 딸과 며느리로부터 조심해서 잘 다녀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얼마나 기다리던 일인가. 중국에서 시작된 이 팬데믹은 순식간에 온 세계에 퍼지고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도 딱히 치료약이 없었고 예방할 길이 없었다. 나라마다 방역하느라 뉴스는 온통 팬데믹 상황뿐이었다.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쓰게 하고 식료품 상점을 제외한 모든 상점은 문을 닫고 회사도 문을 닫아 재택 근무를 하게 되었다. 특히 거의 기저질환을 가진 노약자들은 바깥 출입을 못하게 하고 집에만 있도록 권했다. 날마다 확진자와 사망자의 통계 발표는 우리를 말 그대로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

10여년 전 자식들의 권유로 60여년 살아온 고국을 떠나온 우리는 주일이면 교회에 가서 한국 사람들과 미사를 드리고 같이 점심을 먹는 일이 큰 즐거움이었는데 교회까지 문을 닫고 온라인으로 집에서 미사를 봐야 하니 전시나 다름 없었다.

나는 그때부터 하느님께 기도를 드렸다. 하루도 쉬지 않고 매달렸다. 의약계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과학자들에게 지혜를 주시어 백신과 치료약을 만들게 해 달라고. 나뿐만이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하였을 것이다.

우리의 염원이 통했는지 백신이 나오고 오늘은 백신을 맞게 되었다.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는 뉴스도 있었지만 감사하는 마음으로 주사 맞기 편한 복장을 하고 집을 나섰다. 남편도 장소를 알지만 혹시나 부작용이 우려되어 사위가 운전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며칠 동안 예약을 하려 컴퓨터에 들어가 얼마나 많은 수고를 했던가.

충분히 백신을 확보했다는 소식에 천천히 맞으면 되지 하면서도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맞았다고 연락이 오면 우린 또 불안해졌다.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기 딸이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3분 간격으로 들어가 예약이 되어 맞았다고.

우리도 본격적으로 서둘렀다. 새벽 2시에 일어나 컴퓨터를 들어가도 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미국 사돈까지도 컴퓨터 예약을 포기하고 천천히 맞겠다고 한다고 딸이 전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개인적으로 예약을 하게 한 미국 행정이 너무 이해가 안 되었다. 한국이라면 절대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 앞으로 이 땅에서 자식들의 도움 없이는 살아가기가 어렵겠다 생각되니 슬퍼졌다.

남편은 나의 그런 마음을 눈치 채고 더욱 열심히 예약을 시도하는 것 같았다. 노력 끝에 예약이 되었다. 우리 집에서 조금 멀리 있는 곳이란다. 멀면 어때 주사는 같은데. 모든 불안과 불만은 사라졌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우리 부부가 같은 장소 같은 시간이라 더욱 고마웠다. 그렇게 애를 태웠기에 오늘 더 기뻤다. 하이웨이 2번을 타고 나가 5번으로 그리고 110번으로 갈아타서 잉글우드에 도착했다.

포럼 건물이 보이고 넓은 주차장을 온통 줄을 쳐서 여러 길을 만들어 놓았다. 입구로 들어가니 안내원이 열을 재고 그들이 시키는 대로 길을 따라가서 준비한 예약증과 아이디 등을 보이며 하라는 대로 하고 가니 드디어 주사를 맞게 되었다.

예약자는 별로 많지 않았다. 안내원이나 봉사자가 오히려 많았다.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생년월일을 본인에게 확인하고 어느 팔에 맞을거냐고도 물어 보았다.

나는 왼팔에 맞고 남편은 오른 팔에 맞았다. 아주 정중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주사 바늘이 쑤욱 들어갔다. 주사 맞은 곳에 반창고까지 붙여 주었다. 그분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 신중하고 친절했다.

2차 접종 맞을 날짜를 적은 종이를 주고 15분동안 쉬게 하였다. 쉬는 동안 나는 뜨거운 눈물이 나왔다. 그 눈물은 늙은이를 배려해준 감사의 눈물이며 온 세상을 혼돈 속에 빠뜨린 코로나 19 바이러스에 대한 분한 마음이라 생각된다. 안정 시간이 지나 그 곳을 빠져 나오며 백신을 하루라도 빨리 맞게 해준 미국 정부에 감사하며 백신을 연구한 제약회사 연구원들의 큰 수고에 깊이 감사를 보냈다.

이제 2차도 별탈 없이 맞고 또 50대 40대 30대 20대도 차근차근 백신을 맞아 항체가 생겨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우리 손주들이 코로나 같은 전염병이 없는 세상에서 마음껏 뛰노는 그런 세상이 되길 두손 모아본다.


이영희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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