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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몸 저리지 마소서

아픔을 표현하는 단어에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어떤 말은 듣기만 하여도 그 고통이 전해져 옵니다. 저에게는 저리다는 말이 그렇습니다. 우리말 ‘저리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뼈마디나 몸의 일부가 오래 눌려서 피가 잘 통하지 못하여 감각이 둔하고 아리다”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주로 저리다는 ‘몸 저리다’는 말이나 ‘뼈저리다’는 말로 사용되는 듯합니다. ‘뼈저리다’라는 말은 사전에 올라있습니다. “어떤 감정이 골수에 사무치도록 정도가 깊다”라고 설명되어 있는데, 비유적으로 사용됨을 보여줍니다. ‘몸 저리다’는 아직 사전에 올라있지 않은 것을 보니 비유보다는 원래의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되는 듯합니다.

비유가 굳어지면 새로운 단어가 되기도 합니다. 뼈저리다는 비슷한 단어로 뼈아프다가 나옵니다. 저리는 것이 아픔과 통하는 느낌입니다. 몸 저리다는 말이나 뼈저리다는 말을 보면서 ‘우리는 무엇에 눌려서 몸이 저리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아팠기에 뼈까지 저린다고 했을까요? 어쩌면 육체적 아픔이 아니어서 더 육체적 고통으로 비유했을 겁니다. 도대체 어떤 감정이 내 골수에 사무치도록 깊게 박혀있을까요? 어떤 아픔이기에 뼈까지 아프다고 하는 것일까요?

저리다는 말은‘절다’라는 말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저는 것은 저리는 것이 지나쳐서 생기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다리가 심하게 저리면 절게 됩니다. 저림이 지나쳐서 평생 절면서 다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무서워졌습니다. 한편 저리다는 말은‘절절매다’와도 관계가 있어 보입니다. 절절을절절(切切)하다와 연결하는 것도 가능하겠으나 절절매는 모습은 아무래도 어쩔 줄 몰라 하는 상태를 보여주므로 저리다와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론됩니다. 절절매다를 강하게 발음하면 ‘쩔쩔매다’라는 말이 됩니다. 온몸이 저린 느낌이 더 세게 다가옵니다. 몸이 저리면 쩔쩔매고 어쩔 줄 몰라 하게 됩니다. 온기가 필요한 순간입니다.

저리다를 보면서 저는 ‘주무르다’라는 단어가 생각이 났습니다. 저리는 것을 풀어주는 어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무르는 것은 쥐는 것과 관계가 있습니다. 한 번 손으로 쥐는 것은 한 ‘줌’이라고 하고, 그 모습을 ‘주먹’이라고 합니다. 그것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을 주무르다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주먹을 쥐었다가 놓는 것을 계속하는 것이지요. 저릴 때에는 주무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럼 풀립니다. 몸에 쥐가 났을 때도 저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주물러야 합니다. 하지만 너무 세게 주무르면 오히려 고통이 되기도 하니 주의해야 합니다.



주무르는 것은 일면 쓰다듬다와 닮아있습니다. 쓰다듬는 것은 주먹이 아니라 손바닥으로 온기를 전하는 일입니다. 엄마가 아이의 배를 쓰다듬는 경우에는 치유가 됩니다. 너무 예쁜 아가의 볼을 쓰다듬을 때는 사랑이 느껴집니다. 머리를 쓰다듬을 때는 위로와 칭찬의 모습입니다. 저린 사람에게는 주무르는 것과 함께 쓰다듬는 것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아파할 때는 가만히 손을 얹고, 그저 마음의 온기를 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와 사랑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세상이 참 어렵습니다. 사람을 만나면서 사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몸 저리게 느낍니다. 사람을 만나지 못하여 영영 헤어지게 되는 게 얼마나 뼈저린 아픔인지 절실히 느낍니다. 몸이 너무 저리면 사람 간에 말도 줄어듭니다. 그저 신음소리만 나옵니다. 서로가 아파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몸 저리고 마음 저린 사람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온기를 전해야 하겠습니다. 부디 모두 몸 저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가슴 속 뼈저린 아픔이 사라지기 바랍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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