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 출산이 불법인 모로코에서 생긴 일
아담(Adam)
여러 번의 거절 끝에 사미아가 문을 두드린 곳은 아블라의 집이다. 남편과 사별 후 빵집을 운영하며 여덟살 난 딸 와르다와 함께 살고 있는 그녀는 처음에는 사미아를 냉정히 돌려보낸다. 저녁이 되어 창밖을내다보는아블라의 시야에, 위험한 길가에서 밤을 지새우는 사미아가 들어온다.
아블라는 그녀를 딱하게 여겨 결국 집에 들인다. 며칠만 있게 해주겠다고 한 아블라의 다짐은 아기를 낳을 때까지로 연장(?)되고 사미아는빵 굽는 일을 도우며 아블라의 집에 머무른다.
사미아의 기거로 두 모녀의 일상에 변화가 일어난다. 와르다는사미아를친언니처럼 따르고 좋아한다. 얼음처럼 차가웠던 아블라의 마음에 연민이 들어선다. 이들은 서로의 고통을 보듬는다. 함께 보내는 시간은 불과 몇 달에 불과하지만, 식구보다 진한 인간미가 이들 세 여성을 감싸 안는다.
영화 ‘아담’은 사미아와아블라의 삶을 통해 남성 중심 사회의 오랜 관습이 얼마나 모순된 것인가를 고발하고 있다. 투자니 감독은 여성이 엄마가 되어 가는 과정에 너무나 냉정한 국가, 수치스러운 일에 대하여 서로 말하지 않는 모로코의 풍습, 미혼모에게는 오히려 수치심을 강요하는 사회 제도에 대하여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투자니 감독은 데뷔작인 이 영화를 통해 아블라의 여성성에도 접근한다. 그녀는 세상을 떠난 남편이 즐겨 듣던 노래조차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녀를 연모하는 남자도 애써 외면한다. 아블라의 ‘잃어버린 여성’을 되찾아 주기 위해 사미아는 대립도 불사하지 않는다. 어느덧 두 여성의 마음에 연대감과 우정이 자리한다. 깊은 관계는 굳이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아담’은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 ‘주목할만한 시선’에서 프리미어 상영된 이래 여러 영화제에 초청되었다. 국제사회에 던진 투자니의 ‘고발’은, 모로코 사회에도 미혼모에 관한 활발한 토론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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