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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이웃사촌

“너 맞았어? 나는 맞았는데?”

옆집 여자가 나에게 물었다.

“아니.”

1월 중순부터 코로나19 백신 웹사이트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전화도 수없이 걸었지만, 예약할 수가 없어 자포자기하듯 손을 놓고 있을 즈음이었다.

그녀가 온갖 예약할 수 있는 링크를 이메일로 보내왔다. 옆집 여자도 두 아들도 내가 빨리 주사 맞기를 원하는 데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다시 도전 후 예약이 됐다. 내가 그나마 간신히 할 수 있었던 사이트다. https://covid19.nychealthandhospitals.org/COVIDVaxEligibility

집과 공원에서만 빙빙 돌다가 거의 일 년 만에 지하철을 타러 간다. 초행길을 가는 것이다. 주사를 맞으려면 긴 줄에 오래 기다릴 것을 예상하고 중무장을 했다. 먼 길을 가는 것도 아닌데 왜 이리 걸음이 불안정하고 불안할까? 오랜 격리 생활을 하다 보니 집에서 걸어갈 수 없는 낯선 거리는 멀다는 생각이 들어설까? 집을 중심으로 사람도 길도 멀리 뚝 뚝 떨어져 나간 느낌이다.

지하철에서 내려 두리번거렸다. 경찰이 기다렸다는 듯이 쳐다본다. 눈이 마주치자 친절하게 물어온다.

“백신 맞으러 가지요? 길을 따라 3블록 더 가서 오른쪽으로 돌아 2블록 가면 있어요.”

두리번거리며 걷다가 며칠 전 내린 눈이 얼은 빙판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뒤에서 오던 젊은 남자가 손을 내밀어 일으켜 주고 빙판이 끝나는 지점까지 부축해 줬다.

‘고맙다고 말했던가? 아닌가?’

갑자기 엉덩방아를 찧고 나니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감사 표시를 하지 못한 것에 신경 쓰면서 어리바리하다가 하마터면 또 넘어 질뻔했다.

목적지에 도착했는데도 긴 줄이 없다. 황당했다. 두리번거렸다. 아이패드를 들고 한 여자가 다가왔다. 기다리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그녀의 패드에 내 전화기에 예약한 바코드를 맞댔다. 안내를 받으며 모더나 백신을 아주 쉽게 맞았다. 주사를 맞으러 온 사람보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복잡하게 예약해야 하는 정부 시스템이 원망스럽고 안타까웠다.

돌아오는 길, 집 가까이 다가갈수록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걸음걸이가 나른해졌다. 아파트 문을 열었다. 따뜻한 공기가 나를 반기듯 감싸 안는다.

‘오늘따라 집이 왜 이리 깨끗하고 아늑해 보일까?’

집안에 안기듯 몸을 던졌다. 오랜 팬데믹 습관으로 예전 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 같다. 옆집 여자와 아이들에게 코로나 주사를 맞았다니까 한시름 놓았다는 듯 무척 기뻐한다. ‘주사를 서둘러 맞기를 잘했지. 저렇게 좋아할 줄이야!’

‘멀리 있는 부모 형제보다 이웃에게 잘해야 한다’더니 옆집 수잔이 무척 고맙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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