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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배우며] 아들의 야구 게임

큰아들과 아내는 내가 유학생으로 미국 온 일 년 후 1972년에 유학생 가족으로 미국에 왔다. 공부하랴 생활비 마련하랴 고달픈 시기에 아들이 생판 다른 나라에 뚝 떨어져 새 환경에 적응하는 많은 문제까지 살피기엔 여유가 없었기에 무관심했고 실수도 잦았다. 그런 중에도 잘된 일도 있었다.

일학년 아들이 친구들과 공원에서 놀다가 땅만 보고 걸어오는 꼴이 심상치 않았다. 서툰 영어 때문일까, 노는 방법이 달라서일까, 동양 아이라고 무시당해서 일까?

“무슨 일이 있어?”
“스투피드(Stupid) 베이스볼!”

중얼거리는 아이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말로 표현 못 할 상처를 받은 것 같았다.

다음날 학교가 파한 후에 이웃에 사는 치과의사네 아들 톰이 자전거를 타고 왔다. 야구 장갑이 자전거 핸들 오른쪽에 끼워 달려 있다. 아들은 야구 장갑을 찾아 들고, 모자의 챙을 뒤로 돌려쓰고 톰을 따라 뛰어갔다.

조금 후에 그들이 야구게임을 하는 공원 야구장을 찾아가서 먼 곳에서 야구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아들이 타석에 섰다. 공이 그에게로 날아왔다. 그가 방망이를 휘둘렀다. 공을 맞히지 못했다. “스트라이크 원 !”하는 소리가 들렸다. 두 번째 공도, 세 번째 공도 치지 못하고 스트라이크 아웃을 당했다.

그가 방망이를 동댕이치고 나올 때, 또 자기의 야구 장갑을 집어 들고 집으로 도망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다행히도 그는 비실비실 자기 팀의 아이들에게로 갔다. 스투피드베이스볼을 이해했다.

아이는 한국에서는 야구공을 만진 적이 없었다. 아이의 미국 친구들은 더 어려서부터 야구를 하며 자랐다.

아이들이 야구장에 모여 팀을 가를 때도 아이가 상처를 받는 것을 알았다. 제일 잘하는 아이 두 명이 두 팀의 팀장이 되어 남아있는 아이들 중에 하나씩 돌아가며 야구 잘하는 아이들을 자기 팀으로 뽑았다. 우리 아이는 마지막까지 남아 있다가 한 팀으로 넘겨지는 과정, 팀장의 관심을 받으려 손을 흔들어도 뽑히지 않을 때 아이는 상처를 받았다.

유학생 가족인 우리는 기독학생회관 청소를 하는 조건으로 회관의 방 하나를 무료로 쓰고 있었다. 그 건물은 백만장자가 살던 저택이었으나 대학에 기증되었고 방들도 많고 마당도 넓었다. 부자들의 동네였고, 아이의 친구들은 모두 부잣집의 아이들이었다. 우리 아이는 유일한 유색 인종에, 작은 편이고, 영어가 서툴고, 가난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야구나 농구를 잘할 수 없었다.

“I got an idea!”

아이가 화장실에서 나오며 소리쳤다. 우리 부부는 의아해서 다음 말을 기다렸다. 자기 얼굴에 하얀 페인트를 칠하면 문제들이 없을 거라고 했다. 우리 부부는 그 소리를 듣고 웃었지만, 백인 아이들 속에 유일한 황인종 아이가 그런 소리를 하게 만든 원인은 무얼까 생각했다.

가라지 세일에서 야구방망이 하나, 내 야구 장갑 하나, 공 두 개를 샀다. 차고 구석에서 도로공사 표시로 쓰는 원뿔형 고무제품을 뒤뜰에 내다 놓고, 그 원뿔 위에 공을 놓고 아이가 공을 치게 했다. 굴러오는 공을 아내나 내가 주워서 아이에게로 던지면, 그는 공을 집어 원뿔 위에 놓고 쳤다.

뒷마당 아득히 높은 나뭇가지에 튼튼한 나일론 밧줄을 매었다. 양말 속에 정구공을 넣고, 그 양말을 나일론 줄 끝에 매달았다. 아이가 양말 속의 공을 치면, 공은 줄을 타고 그네처럼 갔다가 다시 왔다. 그러면 또 칠 수가 있었다. 아내나 내 도움 없이도 아이 혼자서 공을 쳤다.

“홈런을 때렸어. 나, 오늘 홈런을 때렸어!”

어느 날 아이가 집으로 와서 자랑했다. 꼬마들 사이에서 우리 아이도 잘 어울려 야구를 했다. 스투피드 ‘베이스 볼’이라는 소리는 다시 못 들었다.


김홍영 / 전 오하이오 영스타운 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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