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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기록이 곧 역사다

미주 한인 이민가족의 삶과 애환을 그린 ‘미나리’가 제78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받아 화제다. 골든 글로브는 아카데미와 더불어 미국 양대 영화상이다.

이 영화는 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아칸소로 이주한 한인 가정 얘기를 담았다. 골든 글러브 시상식 직전까지 세계 여러 영화상에서 74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을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도 아닌 작품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제는 아카데미 수상 가능성에 눈길이 쏠린다.

훗날 ‘미나리’는 ‘기생충’과 함께 한국 영화를 미국 주류사회에 알린 작품으로 기록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미주 한인 이민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후세들이 말할 수도 있다.

역사란 무엇인가? 어느 역사학자는 “한 시대가 다른 시대 속에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들에 대한 기록”이라고 말했다.

헤로도토스의 ‘역사(histories)’나 사마천의 ‘사기(史記)’ 등 유명 역사서도 이전의 사료들을 체계적으로 집대성한 것이다. 물론 문헌에 대한 저자의 철저한 고증은 있었다.

50여년의 이민역사를 가진 애틀랜타 한인사회도 훌륭한 기록물이 남아있다.

바로 ‘애틀랜타 한인 이민사’이다. 2000년대 초까지 지역 한인들의 이민역사를 총정리했다. 애틀랜타 한인회 한인이민사 편찬위원회(위원장 이승남)가 주관했고, 당시 조지아 주립대학 교환교수로 와 있던 이전 경상대 지리교육학과 교수가 집필했다.

지난 1891년 한인으로서는 처음 조지아 땅을 밟은 윤치호 선생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지역 한인들이 살아온 발자취와 한인사회의 발전 모습을 체계적으로 기술했다.

애틀랜타 초기 이민사 연구에 좋은 학술서적이다. 지역 한인 이민사와 관련, 가치 있는 문헌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이후다. 지난 20여년간 애틀랜타 한인사회는 비약적인 성장을 했고, 지금도 성장 중이다. 아닌 게 아니라 애틀랜타는 LA, 뉴욕에 이어 미국에서 3번째로 큰 한인 거주지가 되었다. 그럼에도아직 변변한 후속편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3년 전 애틀랜타 이민 50주년을 계기로 각종 기념행사가 풍성히 열렸으나 제대로 된 기록물 제작이 없었던 것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역사를 쌓는다는 것은 경험과 지혜를 축적하며, 시간과 함께 성장해 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록 하찮은 것일지라도 공을 들여 기록을 남기는 것이 마땅하다. 개인은 물론, 단체도 불문가지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민주평통 애틀랜타지회(회장 김형률)가 발간한 첫 회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사료 가치가 충분히 있다. 미주지역에서 회보를 발간한 지회는 많지 않다. 이 활동자료집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동안의 활동을 화보 중심으로 정리했다.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공공외교를 활성화하는 차원이다. 조직의 활동 방향, 목표, 주요 사업 내용 등을 한국어와 함께 영어 버전으로 기재했다. 굳이 흠집을 내라면 58쪽에 불과하고, 관련 자료들을 완벽하게 수집해 게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의미는 남다르다. 작은 첫발이지만 이 같은 활동자료집 하나하나가 모여 민주평통의 활동기록이 되고, 나아가 미주 한인사회의 역사가 될 것이다.

회보 제작은 단순해 보이지만 쉽지 않다. 몇몇 자문위원들의 숨은 열정과 봉사가 없었으면 불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 한인사회에는 한인회를 비롯해 각종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자체 행사나 관련 사건을 제대로 기록해 둔 곳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한인사회가 더욱 질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각 단체나 조직이 자화상 남기기에 좀 더 신경을 쓰는 것이 마땅하다. 개인의 의식 고취도 당연하다.

이러한 활동 기록은 후세대들이 한인 조직과 사회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데 일조할 것이다. 현세대의 성찰은 물론, 바통을 이어받는 우리 후손들을 위한 작업이다.



권영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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