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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별 하나의 사랑은 사라지고

영원한 것은 없다. 작렬하던 태양도 지고 반짝이는 별들도 사라진다. 캄캄한 밤하늘 그대 눈빛처럼 초롱초롱 빛나는 별빛도 사라지는 시간은 애절하다. 여름 밤하늘에 한 줄기 섬광을 그리며 사라지는 유성(遊星)이 그리는 포물선은 슬프고 아름답다. 구렁이 담 넘어가던 시절 누렁이 털만큼 잘 다져진 황토빛 마당 한 가운데 놓인 살평상에 드러누워 옥이 언니와 별을 셋다. 현풍읍에서 마산 창녕 쪽으로 한 정거장을 더 가는 삼거리 동지미 마을에는 전기 전화 라디오 텔레비가 없었다.

옆집 사는 옥이 언니는 걸음마를 할 수 있는데도 장난감 인형 대신 날 업고 동네방네 마실을 다녔다. 언니 곁에 누워 캄캄한 밤하늘을 올려보며 언니가 제멋대로 각색한 별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 소슬바람에 잠이 들곤 했다. 언니는 학교 문지방도 안 넘었지만 별자리 이야기 만큼은 기가 막히게 잘 엮어댔다. 언니가 영화의 주인공처럼 슬프고 애절한 별똥별에 얽힌 기막힌 사랑 이야기를 연기할 때는 콧등이 찡하고 눈물이 별동별처럼 쏟아졌다. ‘별똥별’이 유성(遊星))을 통속적으로 이르는 말이란 건 나중에 알았다. 유성은 우주에 떠 있던 물체가 대기권에 진입할 때 마찰에 의해 빛을 내며 땅으로 떨어질 때 발생한다. 땅 위에 떨어진 운석을 ‘별이 변을 본 것’이라고 ‘별똥돌’ ‘별똥별’이라고 명명한 것은 황당하고 통속적이지만 창의적인 발상임에 분명하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중략) /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우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읍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 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윤동주 ‘별 헤는 밤’ 중에서

‘달별, 떠돌이별, 별똥별, 샛별, 어둠별, 살별’ 별들도 제 각각 이름을 갖는다. ‘떠돌이별’은 행성(行星)을 말한다. 행성은 태양 주위를 공전(公轉)하는 천체로 유성(遊星), 또는 혹성(惑星)이라고도 한다. 항성(恒星. Fixed star)이 붙박이별인데 비해 고정되어 있지 않고 떠돌아다닌다는 ‘떠돌이-별’(Planet)은 시적이고 운치 있는 이름이지만 아련한 슬픔으로 다가온다.



그대가 제자리를 떠날 수 없는 항성이라면 나는 늘 떠돌이 별이였다. 그대가 태양이라면 그 뜨거운 생명의 빛에서 한시라도 벗어날 수 없었다. 전신이 타오르고 두 눈 멀어져도 불 같은 공전을 멈출 수 없었다. 그것은 사랑이였다. 열정이고 운명이고 목숨줄이였다. 아무도 내게 이름표를 달아주지 않았다. 멈출 수 없는 생의 지도를 그려주지 않았다. 슬픈 떠돌이 별로 그대 곁을 평생 맴돈다 해도 사랑이 있었기에 행복했다.

거문고자리는 슬픈 사랑 이야기다. 음악의 신 오르페우스가 리라(하프, 거문고)를 연주하면 나무와 바위가 춤추고 폭풍이 잠들고 사나운 맹수들이 얌전해졌다. 뱀에 물려 죽은 에우리디케를 구하기 위해 지하세계로 내려가 왕 아데스에게 하프 소리를 들려주고 아내를 구해낸다. 하지만 땅 위에 닿을 때까지 절대 아내를 돌아보지 말라는 금기를 어긴 탓에 아내는 저승으로 빨려 들어간다.

사랑은 집착이고 절망이지만 구원이고 생명이다. 마지막 사랑을 위해 연주할 당신의 악기는 무엇인지요. 대나무로 엮은 살평상에 누워 올려다 보던, 캄캄하지만 빛나던 그 아름답던 별자리는 아직도 그 곳에 남아 있는지.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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